[연작시] 그대에게 75_퇴고(삶)에 관하여

by 김작자



그대에게 75_김경민



비워야 채워진다고 늘 강조합니다

이는 글쓰기에서도 상통하는 영역입니다

마음에 쌓아놓은 것을 모두 게워내어야만

그제야 사유의 것과 나의 정념의 것이,

부담과 강요가 아닌 객관적인 시선이 됩니다

나를 숨기고 가린다는 것은,

민낯을 숨기기 위해 지우지 ‘못’하는 화장으로,

자꾸만 덧칠(가면)을 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즉 진정성이 없는, 공감도 위로도 되지 않는,

내 기분에 갈겨쓴 낙서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감정에 빠져버린, 나르시시즘입니다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퇴고는 작가만이 할 수 있음을 피력합니다

많은 분들이 퇴고의 어려움과 불편을 고백하지만

퇴고의 성의(능력)가 없다면 일기만 써야합니다

신변잡기 식 놀이(취미)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블로그 등에서 품앗이(이웃)에만 만족하면 됩니다

퇴고가 되지 않은 글은 확연히 표가 납니다

불필요한 또는 필요한 조사의 위치(불명)라던가,

과한 설명 또는 불친절한 설명(축소)을 비롯하여,

두서없는 문장의 배치와 중복된 단어(서술 어미 또한)등.

그만큼 퇴고가 중노역이기 때문에 ‘작가’인 것입니다

세상에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듯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퇴고는 작가만이 가능한 것이며 ‘독자’는,

매의 눈을 가진 비평가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퇴고의 중요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물고기(초고)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비늘도 내장도 제거하지 않은 채 독자에게,

비린 생선을 날로 먹으라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와 같은 날것인 생선을 독자는 원치 않습니다’


1차로 비늘과 내장을 깨끗이 손질합니다(퇴고)

2차로 회를 뜨든 찜을 하든 요리를 합니다(퇴고)

3차로 이왕이면 냄비보다는 접시에 담습니다(퇴고)

4차로 회를 떴다면 레몬이나 기타 장식으로,

찜이나 탕을 끓였다면 대파나 쑥갓 등등으로,

고명과 향신료를 곁들이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퇴고)

되도록 먹기 편하고 정갈하게 상을 차려 내준다면,

싫어할 독자는 없거니와 그 정성은 감동의 맛입니다

조미료(미사여구)는 결코 담백한 맛을 흉내 내지 못합니다


인생도 이와 같은 퇴고가 필요합니다

나를 비워가는 과정, 배움과 지혜로 채워가는 과정,

고쳐가는, 그리고 완성해가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잘 다듬어 독자에게 선보이듯,

우리의 인생 또한

타인 앞에서 숨기려는 화려한 위장술이 아니라,

나의 진실 된 인격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관계에 있어 최고의 진정성이 아닐까 합니다

인성은 명품으로 가려질 순진한 성질이 아닙니다

인생에서도, 글쓰기에서도 나를 위한 퇴고는,

그대를 고상하게 이끄는 ‘수수한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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