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X.XX 일기 中
혼자 괜한 기대를 걸고 그런 생각을 하며 집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나름대로 이성적인 판단이 되는 것 같은데 가슴으로는 그렇게 그냥 웃어 넘겨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깝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군대라는 특수한 장소라서 성격이 변해버린 건가?’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그런 것인지는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사회에 있을 때에도 이런 잡념에 빠져본 적이 한두번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마음에 서리가 든 것 마냥 차갑게 느껴지고 이런 생각이 사무치도록 더 크게 다가오는 까닭은 아마도 군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군대에 있다 보면 혼자만의 상념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많거든요. 근무를 설 때나 단순 반복 노동을 할 때 처럼 여기서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는 인간에게 최고의 위안은 자신만의 생각의 나라 속에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항상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생각만 할까요? 마냥 긍정적이고 심지어 ‘낙천적(樂天的)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아본 저로서도, 그건 정말이지 쉽지 않습니다. 장소적 특성을 계속 언급해서 죄송하지만-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까-이런 상황에 사용하는 문장은 아니다만-이런 곳에 있으면서 계속 긍정적인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웬만한 광인이 아니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제로 끌려온 마당에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당하고, 행동과 사상을 억압하고, 무한한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듣기 싫은 명령을 듣다 보면 평범한 사람의 성격 하나가 바뀌기는 정말 쉬운 일이죠.
물론 100% 부정적인 생각들로만 살아간다는 말은 아닙니다. 천성이 천성인지라 미래에 대한 희망, 전역하고 나서 할 일들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갑니다. 역겨운 상황 속에서 이런 자기위로마저 없다면 탈영을 하거나 심하면 자살충동도 충분히 쉽게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100%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살 순 없죠. 특히 요즘따라 더 그것이 심해진 것 같습니다. 괜히 해봤자 좋지도 않을 무익한 잡념과 집착들이 계속 생기곤 합니다. 잡념과 집착의 자세한 내용을 쓰진 않겠습니다. 그냥 그런 게 있다 정도로만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요.
쓰고 나서 보니까 무슨 자살 직전의 우울증 환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살짝 기분이 씁쓸하긴 한데... 제가 뭐 우울증이 걸렸다거나 자해를 하고싶다거나 하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냥 살면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 정말 처음이라 새롭고 낯설어서 신기할 뿐입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너무나도 집에 가고 싶고 친구들 얼굴을 보고 싶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