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by 삶 건축가

나는 오랫동안 자기소개를 가장 어려운 일로 생각했다.

'어떤 회사에 다닙니다'

'어떤 일을 합니다'

그 말들이 늘 나에게는 불편했고,

그 말들이 나를 대변하는 것이 어쩐지 싫었다.


'이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일까?'

'나는 왜 행복하지 않지?'

이런 질문들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그 질문을 따라

좋아하는 일도 해봤고,

의미있는 일도 시도해봤고,

돈을 버는 일도 해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엇을 해도 같은 질문이 남았다.

'이 일이 내 일인가?'

'대체 어떻게 살아야하지?'

반복되는 질문은 결국 나를 무너뜨렸다.


반복되는 자기 의심, 견디기 어려운 무기력,

그리고 번아웃.


'난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나는 왜 잘하는 게 없지?'

나를 탓했고, 도망치기도 여러번.

하지만 늘 원점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일도 관계도,

모두 계속 삐걱거리고 있었다.

다 나 때문인 것 같았고,

점점 더 깊이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나는 점점 터널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그 깜깜한 터널 속에서도,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힘이 드는 건, 우울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절망적이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약을 먹어도, 상담을 받아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데 달라지겠냐고.

상황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다 괜찮아질거라고.


'내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척,

외면하는 시기를 오래도 버텼다.


그렇게 꾹꾹 눌러둔 감정은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왔다.


나는 먹고 또 먹었다.

스스로를 벌주듯.


그렇게 망가진 몸은 자기 혐오로,

또 사람들과의 고립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정말 괜찮지 않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너무도 오래 걸렸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더 힘이 들었다.

진짜 진짜,

죽을 만큼 힘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치도록 '잘' 살고 싶었다.


그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