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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Feb 08. 2021

인스타그램은 판도라 상자

판도라 상자는 열어보되 부러워하지는 않을지어다

육아 책에 인스타그램이 언급된다면 두 종류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인스타그램 하지 말아라". vs 다른 하나는,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사업한다".



# 인스타그램 하지 말아라?

육아의 시간은 멈춰있다. 출산 후 출렁이는 뱃살은 사라질 생각을 하긴 커녕 몸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수유는 3시간 텀으로 반복되고 수유 사이에는 발진 나지 않도록 기저귀도 봐줘야하고 귀에 물들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목욕도 시켜야 하고 밤엔 잠도 못잔다. 정신 없이 바쁜 틈에도 나만 멈춰있는 느낌은 왜인지. 

조금 지나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조금 여유가 생기지만 그건 모르는 사람 이야기다. 아이가 어린이집 간 시간에는 해야 할 일들이 쓰나미로 밀려온다. 몸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나만 멈춰있는 공허함은 어쩔 수 없다. 


임신 후 2년 정도는 SNS를 열지 않았다. 남들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만 멈춰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다. 두려웠다. 슬플까봐. 임신을 하면 세상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이와 연결되어있다는 감정 같은 건데 말로, 글로 표현해 공감을 얻기 힘든 감정이다. '나'라는 인간의 개인 성장과 '엄마의 행복감'은 별개다. 마치 엄마가 되어 내 인생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표현하면 마치 엄마 자격이 없는 것처럼 죄스럽다. 타인이 보는 시선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물론 그럴지도 모르지만 관심없다) 공허한 마음을 느끼는 내 자신 자체가 죄스럽게 여겨진다. 육아책을 보면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구든 육아의 길에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육아 초반에 감정을 토닥이는 육아 책에서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종종 보이곤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는 우리 아기의 돌아오지 않는 오늘을 남기는 나만의 페이지를 갖고 싶어진다. 그 때 우리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연다.


#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사업한다?

요즘 인스타그램은 과거 싸이월드 같이 추억 페이지만은 아니다. 피드에 나오는 결혼 안한 친구들의 삶을 잠시 엿보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멈춰보이는데 이제는 심지어 돈까지 잘 버는 육아맘까지 수두룩하다.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워가 많아지면 기업에서 섭외가 오거나 협찬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규모가 커지면 공구를 모집하고 사입을 하기도 한다. 네이버 스토어팜으로 옮겨지고 월매출 천단위를 찍으면 유투브로 히스토리를 소개하고 매출은 억단위로 뛰며 책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온라인 클래스도 맡게 된다. 더 잘 되면 다른 사업으로 확장해 승승장구하며 결국 매스컴에서도 볼 수 있게 되고 그야말로 대스타가 되게 되는데 -. 이게 남이야기인데 이상하게 부럽고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이유는 그들의 성공을 눈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느껴지던 연예인과 다르게 가깝게 느껴졌던 사람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단, 그들의 피땀흘린 노력과 시도를 간과하고 말하면 그렇다.


적절한 표현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정말 필요악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멈춰버린 내 삶을 다시 시동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의 빛나는 삶을 바라보면서 멈춰버린 내 챕터가 더 너덜너덜해질 수도 있다. 비록 인스타그램의 사진 한 장은 가장 빛나는 순간일 뿐이기에 누군가의 삶 모든 부분을 대변할 수 없다. 그러니 미뤄짐작하며 빗대어 부러워할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갔던 언니'의 오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이의 사진 뿐이라면 조금 서글퍼지기도 하다. 여기서 소위 잘 나갔던 언니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부분 기억은 왜곡되기에 아마 소위 잘 나갔던은 그때도 아마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 하. 하. 이런 잣대는 자본주의적 사고의 기준이다.


자본주의적 사고.

돈을 벌지 않으면 아니면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쓸모가 없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육아맘이 허탈함을 느끼는 시작이다. 특히, 육아로 어쩔 수 없이 경력이 끊긴 경우, '경단녀'이외에도 친정, 시댁 도움없이 하루종일 타인의 손에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워킹맘'은 "내가 이거 벌자고, 또는 내가 남에게 맡기자고 회사를 다니는 건가"라고 흔히 생각한다. 정답은 없고 이 상념에서 빠져나오기 참 어렵다. 


29개월 예쁜 아이와 지내고 번역을 하고 살림을 하는 지금도 나는 인스타그램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시간이 없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사람들은 핑계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시간을 언급할 때마다 너무 신경쓰이고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육아맘에게는 정말 시간이 금이고 돈이다. 살면서 이렇게 시간을 갈구해본 적 있었던가! 


인스타그램을 펼치면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한 친구가 부럽고 나처럼 아이를 키우면서도 떼돈을 버는 언니들(나보다 돈 많이 벌면 언니라잖아요ㅋㅋ)도 부러워죽겠다. 누구나 인스타그램으로 사업하고 성공하는 '정석'은 안다. 이 정석은 조금만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정석은 '노하우'와 '노력', '성공'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정석'에 '노력'이라는 '시간'과 '삽질'이 들어가 '노하우'가 쌓여 '성공'을 한다. 사업도 하고 번역도 하고 육아도 하면서 바쁘고 부지런하게 삽질을 하고 싶지만 육아 하나만으로 다른데 들어가는 시간에 배가 들어간다. 그러니 육아맘이라면 한가지 플러스, 혹은 두가지 일을 플러스하는 게 쉽지 않다. 정해진 시간 안에 어느 쪽으로 삽질할 건지 정하면 주위를 둘러보며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이론은 그렇다. 하지만 쉽지 않지. 


우리 이쁜 아이 사진을 올리기 위해 판도라 상자를 연다. 판도라 상자는 열지만 부러워하지는 않을지어다. 난 오늘도 열심히 내 길로 삽질을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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