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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Feb 26. 2021

돈이 트렌드인 세상

순진하지 않은 당신이 부럽습니다

세상이 바뀐 걸까, 내가 순진했던 걸까.

초등학교 6학년 땐 유명한 사립 중학교의 상위권 입학 성적을 찍고 싶어 시중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댔고 중학교 3년도, 고등학교 3년도 인서울에 입성하려 밤하늘 별을 보며 문제풀이 실력을 쌓아올렸다. 그렇게 폭망한 수능 성적에 맞춰 입학한 대학에서 늘 그렇듯 현재에 최선을 다했다. 사회에 가서야 메말라 쪼그라진 휴지같이 팍팍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워낙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사람인지라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보겠다!라는 다짐을 하며 회사 일도 사장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열의를 불태우고 틈만 나면 자기계발에 몰두했다. 


우리 세대는 대부분 그렇다. 성실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최선을 다하는 삶. 그렇게 자식들 대학교까지 다 마치고 어학연수도, 교환학생도 보내주시고 결혼할 때 보태주시고 아이 낳고 또 이사갈 때 보태주시는 부모님. 마트 갈 때마다 좋다고 30만 원씩 써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어떻게 우리 부모님은 외벌이에 회사원일 뿐인데 자식 둘을 풍족하게 키우셨는지 참 대단한 일이다. 그 시절엔 가능했던 걸까.


부모님을 보고 자라 당연시된 성실과 긍정 마인드로 또 다시 다른 꿈에 도전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변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노력하면 결국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성공의 의미도 달라졌다.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과거의 성공은 자산을 포함한 명예, 자아실현 같은 개념이었는데 이제 성공은 돈이다. 금수저, 집의 평수, 집의 위치 뭐 그런 것들'처럼 보인다'.


월 억을 번다는 유투버들이 TV에도 나온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에 투자한 젊은 사람들이 억대 수익을 창출했다고 한다. 내 눈 앞 아파트는 일년 사이에 5억이 훌쩍 올랐다. 서울은 10억씩 올랐다는데 우리 집만 주춤하다. (앞에 지하철도 있고 학교를 품고 있는데도 정말 신기한 일) 적어도 두 채만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1억 차액 남기는 건 일도 아니다. 부자가 된 전문가는 말한다. 커피값도 아껴 투자하라. 하, 이 순간에도 커피를 홀짝이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평범하고 당연하게 우리 주위를 둘러 싸고 있다. 모두들 바쁘고 번잡스럽게 움직이는 길 한복판에 나는 눈을 꿈뻑거리며 서 있는 기분이다. 허무하고 무섭다. 내 아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결심에 서서히 금이 간다. 이런 상황을 나타내는 신조어도 생겼다. '벼락거지.' 이제 가만히 있으면 거지가 되는 시대란다.


'남들 다하는' 주식에 내 손도 밀어넣었다. 첫 매도에 빨간 세모 팍팍 올라간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소액 투자는 수익도 못보고 시간낭비만 하겠다 싶어 몇 주 더 사보니 불안하기 짝이없다. 500원만 올라도 대량 가지고 있으면 수익이 커지니 전업 투자자는 할 만 하겠다 싶다. 몇 번 사다보면 나도 모르게 몇 백 훌쩍 스르르 사라진다. 깜짝 놀라 거두려고 하면 쏟아지는 파란 눈물에 결국 발이 묶이게 된다. 아 주식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로구나. (하, 묶였다...)


돈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은 '돈'이라는 소재로 다시 '돈'을 번다. 넋 놓고 부러워만 하는 사람은 단지 '소재'와 '실물 돈'을 완벽히 동일시하게 된다. (같은 개념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성스럽게 그린 내 삶의 지도에 허탈한 물방울이 똑 떨어져 지도가 흐릿해지게 된다. 분명 길은 보이는데 명확하지 않아 마음은 갈팡질팡해지고 다시 묵묵히 걸어가기 위한 확신을 얻고자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재'와 '실물 돈'을 헷갈리면 안되는 것 같다. 우리는 실물이 아닌 소재에 끌리는 것 아닐까. 


우리는 모두 안다. 돈이 트렌드가 된 세상이여도 내가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남들이 뭐래도 확신을 가지고 묵묵히 배낭을 짊어진 채 걸어가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매번 흔들린다. 참 요즘은 정말 돈이 트렌드가 된 세상 같다. 이런 세상에서 흔히들 돈이 안된다는 업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가 정말 바보인 건지, 세상이 비추는 허상 속에 흔들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트렌드를 따라 내 지도를 다시 그려야하는 건지 모를 판이다.


뭐 그래도 내 길을 간다. 아무래도 나는 여전히 '아는 바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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