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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Jun 12. 2023

눈을 감을 용기

²⁰²³⁰⁶¹² 요가일기 dαч9

영어미술지도사 준비로 분주했고 제주도 여행 다녀오느라 근 2주를 못 했다. 글쓰기 강의, 기타 수업 일정에 아이 일정까지 겹쳐 무슨 기업 대표나 된 듯 달력이 빽빽하다. 그래도 등록 3개월 내에 정해진 횟수를 채워야 하기에 계산해 보니 매주 월, 화, 수를 빠지지 않고 다녀도 모두 채울 수 없다. 오랜만에 가려니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여행으로 멈춘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하기에 마음이 분주하다. 


오늘 수업은 테라피이다. 팔, 허벅지,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 손가락 끝까지 신체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며 이해하는 시간이다. 눈을 감고 작은 움직임조차 놓치지 말고 느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습관을 마주한다고 한다. 


자꾸 눈을 뜨고 있다. 

세상을 향한 안테나를 접고 잠깐이나마 삶과의 연결을 끊고 폭신한 침대에 무거운 몸과 마음을 뉘어 가라앉는 느낌을 느끼려... 하는데 또 눈을 뜬다. 눈을 감고 편안함을 맞이하려는 순간, 마음은 공허한 불행으로 가득 찼지만 살기 위해 살아야 하는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가며 힘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떠오르기에 편치 않아 진다. 


지난주 영어미술 선생님들 모여 커피를 마시는데, 어느 선생님이 명상을 간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 힘들 때 어떤 걸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특별히 불행한 순간도 엄청나게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항상 힘들기도 하고 또 행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 늘 행복을 발견한다. 특히 요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영감을 많이 얻는 일이 많기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동시에 늘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동시간에 가까운 누군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슬프기도 자책감을 느끼기도 하다. 


새로운 일이든 익숙한 일이든 우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용기는 큰 일에만 어울리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침에 희망차게 눈을 뜰 때도, 매일 똑같은 일을 할 때도, 새로운 장소에 갈 때도 우리는 씩씩하고 굳쎈 기운이 필요하다. 오늘 내겐 잠시 세상을 닫을, 눈을 감을 용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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