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7. 메가박스 이수
개봉일: 2020년 1월 23일(대한민국)
난민들의 피난처(http://www.pnan.org/, https://www.facebook.com/pnan.org/) 덕분에, '사마에게' 시사회에 다녀왔다.
앞 일정에 쫓겨 겨우 시간에 맞춰, 영상을 마주했다.
영화에서 시리아 국내의 국제전 원인이나 배경, 양상은 보여주지 않는다.
시리아 알포레 지역에서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이 시작됐던 시기부터 5년의 삶, 특히 정부군에 저항하는 알포레 지역에서 6개월 간 일어났던 실상을 민간인의 삶과 죽음에 집중해 보여준 다큐멘터리이다.
가는 길에 마음 준비를 했지만, 그럼에도 쉽게 볼 영상이 아니었다.
폭격과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 카메라를 잡은 이는 시민기자 와드 알-카팁.
여성이자 한 아이, 후에는 두 아이의 엄마였기에, 영상에는 그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와드의 첫째 아이가 (폭격과 공습이 없는 태양과 구름과 파란 하늘만 볼 수 있는) 하늘이라는 뜻의 ‘사마’이다. 사마 알-카팁.
남편은 외과 의사 함자. 함자 알-카팁. 알포레 지역에 남은 32명의 의사 중 책임자였고, 폭격 상황 속에 병원을 만들고, 그 병원이 폭격으로 사라지자, 다시 병원 자리를 물색해 의료행위를 이어간다. 포위된 지 6개월이 됐을 때는, 20일 동안 860여 건의 수술을 집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눈물 대신 피가 흐르는 영상을 보면서, 특히 죄 없는 아이들의 피가 흥건한 영상을 보면서, 관중은 울었다.
카메라를 든 와드 역시, 아이들이 죽어가는 영상을 찍을 때 울었다. 또 자신의 두 아이가 태어날 때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한 고아 아이의 죽음을 보며 '제 자식을 직접 묻기 전에 세상을 뜬 엄마가 부럽다'라고 고백할 만큼,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가 알포레 지역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주목한 남성은, 정의를 세우기 위해, 알포레 지역에 남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애쓰는 함자와 친구들이다.
그 외 남성은 대부분 군중으로 포착됐고, 여성 특히 어머니와 (대부분 유아, 초등학생)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담겼다.
공습과 폭격으로 매일 수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져도, 아들과 딸, 동생과 조카의 죽음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병원에서 찾은 자식의 주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며 품에서 놓지 않는 어머니.
폭격 맞은 버스가 어떤 폭탄으로 맞았는지를 아는 아이.
폭격과 공습의 공포에 시달리는 아이.
폭격과 공습에도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갓난아이.
폭격과 공습보다 알포레 지역을 떠난 친구들이 그리운 게 더 슬프고 괴롭다는 아이.
무너진 알포레를 재건하고 싶어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꾸 그때 시리아에서 온 그 아이가 겹쳐 보였다.
그날 일정을 마치고 함께 돌아오는 길에서 나눈 그 아이의 감정을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 아이가 직면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폭격으로 부모님을 잃었고, 아직도 시리아에 남은 가족들이 있고, 자신은 겨우 빠져나와 낯선 땅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다.
난민 활동가들도 이 영상을 통해 평소 만나는 시리아 난민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 초중고에도 시리아에서 온 난민 아동 청소년들이 재학하고 있다.
15세 이상의 친구들, 이웃들은 이 영상을 꼭 만나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좋은 친구와 이웃이 돼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