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과 유사한 수업으로
4월 6일 학기말 온라인 발표회 구상
4월 7일 5차시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5차시 수업 영상 만들기
4월 8일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이런 자발성~!
4월 9일 이렇게 저렇게 아픈 날
4월 10일 교대와 사대에서 교직과목 위상의 차이
4월 11일 헤아릴 수 없이 큰 감사 (더 깊이 헤아리는 중)
4월 5일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과 유사한 수업으로
교대 예비교사들에게 4차시 수업 영상을 올리고, 올렸다고 알리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앞으로 수업 구상을 계속하면서 글을 정리해 봤습니다.
수업 일수 3분의 1선을 앞두고, 상황을 정리하고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 강하지 않은, 그래서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과 유사한 수업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한 교육자의 좌충우돌 기록>
4월 6일 학기말 온라인 발표회 구상
학기말에 이뤄질 조별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어떻게 구현할까를 고심했습니다. 조별 발표회 또한 실시간 원격수업으로 진행하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학생들이 오프라인에서와 같이 온라인에서 발표할 수 있는 방식, 플랜 A와 플랜 B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플랜 C는 완전히 새로운 구안이라서, 상황을 살펴보고, 5월 중순 즈음에 기획해 보려고 합니다.
플랜 A와 플랜 B는 온라인이어도 학생들이 빠져나갈 틈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기대하며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다 끝나면 대면 수업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보람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월 7일 5차시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5차시 수업 영상 만들기
다음 주 ZOOM을 통한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불안하더라고요.
학생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한 번도 원격으로 조별 토론 수업을 해 보지 않아서입니다.
또 ZOOM은 제가 교실에서처럼 동시에 여러 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네, 저는 교실에서 조별 토론 수업을 할 때 조를 돌면서, 혹은 교탁 앞이나, 교실 중앙에서, 소머즈가 된 것처럼 전체 이야기를 동시에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다 들리더라고요. 물론 수업 끝나면 기진맥진하긴 합니다)
그런데 ZOOM을 통한 실시간 원격 수업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 학생 하나하나의 이해도나 조별 분위기를 어떻게 조별 토론 시간에 각 조를 들락거리며 파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또 얼마 전 교육부 행사에 ZOOM이 3분가량 끊기고 딜레이 된 상황이 발생했던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
본격적으로 초중등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 ZOOM도 불안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토론 수업에서도 디딤 영상으로 사용할, 혹은 만일의 경우 수업 정리 영상으로 사용할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일 5차시 동영상을 부지런히 만들었습니다.
정말 밥 먹는 시간 빼고 아침부터 밤까지 매달렸더니, 목이 너무 아프네요...
4월 8일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이런 자발성~!
한 예비교사의 성찰일지를 읽다가 의아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모둠원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응? 이게 무슨 뜻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궁금해서 무슨 의미인지 댓글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3차시 동영상 강의를 듣고, 조원들과 따로 시간을 내서 실시간으로 경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네요.
저는 조별로 그런 시간을 가져보라고 제안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어쩌다 보니, 동영상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수업 시나리오 그대로 100분을 만들었고, 학생들은 그걸 다 보고 매주 과제 제출해야 합니다.
또 토론 수업을 위해 만만찮은 글을 읽어와야 하고, 한 학기 동안 진행하는 조별 프로젝트도 일정이 진행되고 있어서, 마음으로 학생들 눈치를 많이 보는 중이었습니다.
더욱이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을 앞두고, 한 번도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 없는 동기들과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질까, 실시간 원격 조별 토론은 제대로 될까 고심하면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디딤 영상, 정리 영상을 몰아서 만들어내느라, 목도 쉬고 고생하고 있는 차에...
3차시 수업하면서, 그 대목에서 학생들 반응을 직접 나누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시간 가져보라고 말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너무 고맙고, 감격스럽네요.
실시간 원격 수업보다 동영상 강의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려 마음에 부담도 컸는데, 이런 자발적 참여라니요~!
예비교사들의 이런 움직임, 기록하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
4월 9일 이렇게 저렇게 아픈 날
성격인 건지...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가도...
4차시 영상 업로드 직후,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을 구상하며 이런저런 고민하다가, 디딤 영상, 정리 영상 만들고...
대화가 고픈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아프네요.
작년 1학기 때 목소리가 한 달간 안 나온 때부터, 목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동안 쓸 만큼 썼다는 생각도 들고요.
문자로라도 대화를 하고픈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물 다섯 조의 조별 상황 체크하면서 종일 문자로 뒤치다꺼리하고 나니, 어깨도 너무 아프네요.
온라인 수업 시작 후, 쉼이 없습니다.
한 학기가 끝나 봐야 할 것 같네요.
4월 10일 교대와 사대에서 교직과목 위상의 차이
6차시 동영상을 시작합니다.
이 영상들은 수업 전에는 조별 또래 교수자들에게 디딤 영상을 보여주고, 수업 후에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리 영상을 풀 생각입니다.
실시간 토론 수업을 기대하는 분위기의 학교도 있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동영상 강의 후 개인 과제 제출을 원하는 분위기의 학교도 있습니다. 이는 교대에서의 교직과목의 위상과 사대에서의 교직과목의 위상의 차이 같습니다. 전공 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교대에서는 교직과목의 위상이 높습니다. 그러나 전공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사대에서는 교과교육이 교직과목보다 우선이죠.
제 입장에서, 후자의 경우는 이미 만든 영상도 있으니, 힘들게 실시간 토론 수업까지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올라옵니다. 그러나 그 학생들이 예비교사여서, 쉽게 포기가 안 됩니다. 제가 욕심을 버리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할까요...
몸은 여러 일로 녹초가 됐지만, 예비교사를 향한 마음은 신선하고 뜨겁다는 걸 그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4월 11일 헤아릴 수 없이 큰 감사 (더 깊이 헤아리는 중)
저는 정말 복 받은 환경에서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갑니다.
아무런 지원도 없고, 누구의 도움도 없으며, 오로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알아서 찾고 배우고 익히고 실수하고 교정하면서, 책임도 평가도 홀로 져야 해서, 공동체를 이뤄 온라인 수업에 대처할 수 있는 분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감사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준비>
- 온라인 수업을 위해 장비를 구입하며 여러 번 지출을 해야 했지만, 수업에 대한 투자라 여기는 마음을 주셔서 지출 비용에 위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세 학교의 15학점이나 강의해야 할 때 이런 상황을 맞아 더 힘들다고도 생각했지만, 세 학교의 지침과 대응을 비교하면서 현 상황의 대처 방식에 대해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디지털 디바이스에 약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오래 동안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꼈지만,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툴을 비교하고 익히고 사용하고 교정해야 했기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것들을 이렇게 단기간에 습득했을까 싶습니다.
- 온라인 개학을 맞아 공동으로 대처하는 선생님들이 부러웠지만, 지난 한 달 먼저 고생한 덕에 조금이라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고 안내할 수 있습니다.
<녹화 촬영>
- 녹화 촬영을 위해 절대적으로 조용한 공간이 필요한데, 녹화 촬영할 때는 생활소음도 조심하는 가족들의 희생과 지원 속에, 매주 홀로 개인 공간에서 조용히 촬영할 수 있습니다.
<수업>
- 처음에 50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 영상 촬영하는데 5시간이나 걸리면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써야 하나 싶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말하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호흡, 표정, 몸짓, 눈 마주침으로 가득했던 일상 수업의 소중함을 속속들이 그려보게 됐습니다.
- 수업내용에 대해 말하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느꼈지만, 다시 들어보면 한 호흡에도 모든 것을 담으려는 마음만큼은 영상에 담기고 있었습니다.
- 벌써 한 달 넘게 쉼 없이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고 어쩌면 이 상태로 종강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달프다고 느꼈지만, 결국 이 영상 기록은 남아 앞으로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강의노트와 책>
- 그토록 익숙한 강의노트를 기록에 남는다고 이렇게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하나 싶었지만, 당장 책으로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기존의 강의노트가 얼마나 다듬어지지 않았는지 동시에 그 다듬어지지 않은 강의노트로도 그때
그때 학생들 반응 덕에 매번 새살을 입었었는지 새삼스레 느끼며 고마운 마음으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 종일 온라인 수업에만 매달려서 언제 책을 쓰냐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수정하는 강의노트는 완성을 향해 가고 있어서 어쩌면 책으로 바로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
- 동영상을 끝까지 시청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가슴앓이를 하고 있지만, 이런 가슴앓이가 관계에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합니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과 새로움의 체험>
- 초반부 일방적인 동영상 강의로 인해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우려했지만, 매주 전반적으로 글이 더 깊어지는 걸 보면서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면 수업에서라면 아차 하는 순간 놓치고 사라질 수 있는 이야기가 깊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끝으로 무엇보다>
- 종일 온라인 수업에만 매달리며 녹초가 되지만, 코로나 19의 전선에서 전후방 모두 그 짐을 지고 있는 의료인, 생업을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사소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