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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으로서의 교육 Apr 18. 2020

초중등 교육에서 온라인 수업 방향

온라인 수업 1달 정도 경과한 시점에 생각해 본 어느 교수자의, 초중등 교육에서 온라인 수업 방향에 대한 생각입니다. 


1

교육과정 연구자로서 현재 우리가 맞이한 온라인 교육 상황이, 어떤 면에서는 성장과 변화의 기회로 여겨집니다.

평소라면 우리의 생각을 다른 의제들이 점령하고 있을 텐데, 요즘은 온통 수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까요.

본래 이래야 정상 아닌가 싶고요. 이 비정상의 상황에서, 그동안 정상이 무엇이어야 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2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존재하고 교과서가 있지만, 그런 표준화된 문서를 실현할 때조차도, 교사의 교육과정은, 교사의 수만큼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그렇다면 교육의 본질의 중요성, 교사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 온라인 상황에서 우리의 고민이 기존의 콘텐츠를 온라인 교실에 끌어오는 데 멈추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의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관심을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 편에서 수업이 이뤄지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학생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생에게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이 고민을 하셨고, 모종의 답을 찾으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행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3

고등교육에서 교육내용은 결국 교수자의 전적인 몫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러니 온라인 상황에서 자신의 전공분야 교과목의 콘텐츠를 교수자 자신이 만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고등교육에서도 과제형 수업을 선택할 수 있고, 외부 콘텐츠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런 고려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는데요. 저와 같은 교수자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등교육의 학생 상황은 초중등교육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더 말귀를 잘 알아듣고, 학습능력도 있고, 학습동기도 있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경향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초중등에서는 학교 공동체 차원에서의 대처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를 도모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과 학생의 편이성을 고려한 접근은, 교사 개개인이 할 수 없는 구조직인 문제이니까요. 

그러나 초중등교육도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 곧 불가피한 온라인 수업 상황이 교사 교육과정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물론,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의 대처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전국 각처의 모든 학교가 교육을 위한 학년 공동체, 교과 공동체, 학교 공동체로 변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미 그렇게 학습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는 곳도 있으시죠. 


중등

자신의 전공 분야의 교과를 가르치는 중등에서는 수업을 다시 곱씹어보고, 맡은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완성도 높은 수업을 영상 기록으로 남길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이때 창출한 콘텐츠는 우리 학교, 우리 학년, 우리 교실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가 되겠죠. 바로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만들었으니까요. 
교사 개개인의 콘텐츠 생성도 고려해 볼 수 있고요, 이 상황이 학교 단위의 교과 공동체 활성화의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초등

일부 전담교과 외에 전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 특히 일일이 손이 많이 가는 저학년은 걱정됩니다.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은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를 창출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의 제약이나 온라인 수업이 지속된다면 교사의 건강 등을 고려할 때,  전교과 콘텐츠도 생성하면서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은, 무리라고 판단됩니다. 그럴 때는 우선순위를 학생과의 상호작용에 두고, 교사 개개인이 온라인 콘텐츠를 생성하겠다는 마음은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기회에, 학년 공동체를 활성화한 시너지와 보람을 맛보게 되시면 좋겠습니다. 


5

저는, 코로나 19가 백신 없이 전염력 강하고 사람 죽이는 바이러스인 데다, 팬데믹 선언이 이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초중등 교육도 온라인 수업이 오래 지속된다고 예견합니다.
현재 1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는 대학의 수가 그렇지 않은 대학보다 많고, 2학기 온라인 수업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방향을 잡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고,  이 어려움을 또 다른 변화와 성장의 기회로 삼아 보아요.
 

아울러, 수업과 학생들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이런 상황에서 불필요한 것으로 부각되는 제도나 관례나 문화 풍토는, 교육개혁의 의제로 삼아 이 기회에 퇴출시켜 보아요. 
교육의 본질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그럴 수 없게 막아서는 것이라면, 평소에도 교육 정책, 제도, 관례의 옷을 입었을 뿐, 실상은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던 '교육 방해 요소'가 아녔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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