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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으로서의 교육 Apr 04. 2020

온라인 개학에 대처하기 1,2,3,4,5,6

1.  온라인 수업을 위한 디바이스를 일대일로 갖추지 못하는 학생 소외 문제

이 문제에서, 온라인 개학이 역설적으로 학교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에 필수적인 기관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네요.
온라인에서 소외되는 학생 격차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학교에서의 '자는 아이' 문제로 표출되는 학생 격차 문제도 함께 논의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중 격차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2.  온라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 소외 문제

이 문제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저는 디지털 기술에 능한 교사, 유튜버 교사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그런 분들이 산출한 결과물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여러 (예비) 교사 공동체에 공유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한 가지 갈등했던 지점은, 디지털 기술을 잘 다루면서도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분들을 소개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의 문제였습니다. 학교에는 이 두 요인 없이도,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교육을 하며,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교과 전문성을 지닌 많은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로 인해 갈등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런 분들이 온라인 개학 환경에서 모두 잘 적응하실 거라고 보기 어렵고,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상대적인 소외나 박탈감이 일어난다면, 교육적으로 문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선생님 자신이나 주변 분들이나 서로 비교하는 마음을, 선생님 반 아이들만 생각하며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상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만일 내 학생들이 교사가 돼 선생님과 같은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면 선생님은 어떤 말을 해 주실 건가요?

그 말을 선생님께로 돌리셔서, 마음에 힘을 내시면 좋겠습니다.


3.  교사 개인의 열정과 동떨어진 학교 공동체 문제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교육이 가 닿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의 경우, 함께 협력하여 지혜를 모으고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러나 내 열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혹은 그런 여건을 갖추지 못한 분들이 학교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 평균을 맞추자는 논리에 갈등하고 좌절하는 문제가 평소보다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일하자는 수준의 평균을 맞추자는 주장이라면,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생들과의 친밀한 관계 맺기를 위한 노력에 평균을 맞추자는 주장이라면,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 인생에 올해의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라, 선생님이시니까요.


저는 이 상황이 교수자 저마다 자기 성장과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집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나면, 교육과 수업과 관계의 문제에서 치열하게 성찰하고 자기 생각을 정립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의 성장에 평균을 맞추자고요? 에이, 농담이시죠?

4. 교육과 수업과 관계의 본질을 우선순위로, 외부 지침과 매뉴얼에 대한 거리두기

이 기회에, 지침과 매뉴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외부 지침과 매뉴얼에 따라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느낄 때 떠오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중등교육은 전체 교육을 위해 지침과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또 공교육 교사에게 지침과 매뉴얼은 안전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침과 매뉴얼에 의존하다 보면, 교사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지금 이 상황은 교사의 자율성, 교사의 자율성에 의존한 교사의 전문성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을 교사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발휘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육과 수업과 관계의 본질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성찰하면서요.

본질에 집중하고 고민하면서, 지침과 매뉴얼을 그 본질보다 멀리 두는 거리두기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5. 온라인 수업, 학습자로 경험하며 실행하기

수업을 하는 이유가 학생의 배움에 있다면, 학습자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배움을 얻고 성장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속한 공동체에서 서로를 위해, 학습자 경험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서의 수업 상황과 관계 맺기에 익숙해지려면, 교수자의 학습자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학생을 온라인에서 놓치지 않는 가장 좋은 길을 발견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처음에 학교 공동체의 플랫폼을 정하고 기준을 정하기 위해 출근이 불가피했고, 그런 기본적인 사안들을 정리했다면, 늦어도 4월 9일부터는 재택 근무를 하면서, 상호 온라인으로 소통해서, 온라인 학습자의 경험도 동시에 병행하며, 온라인 수업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연수 많이 해 보셨으니,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어떻게 반응할지 꿰고 계시잖아요. 마찬가지로, 조종례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하실 예정이면, 교무회의도 실시간 온라인으로 해 보셔야 학습자 입장을 알게 됩니다.


6. 연대의 힘, 연결의 힘

다시 느끼지만,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연대할 '우리'가 있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각자도생이라고 생각하셔도, 또 이견이 있고 대응방식이 천태만상이어도, 넓게는 학교 공동체, 교사 공동체라는 기반, 공교육이라는 보루가 있으니까요.

매번 홀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이나 평가도 홀로 져야 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으니 힘내세요~  


그래도 저는 한 주 한 주, 마음을 알아가며 마음의 교류가 생기고 있는, 보석 같은 예비교사들과의 연결 덕분에 그리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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