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일요일 하루를 기다리기
4월 13일 월요일 분주한 하루 사이로
4월 14일 화요일 드디어 열린, 교대 첫 실시간 원격 조별 토론 수업
4월 15일 수요일 번아웃
4월 16일 목요일 사대, 첫 실시간 원격 조별 토론 수업
4월 17일 금요일 또다시 번아웃
4월 18일 토요일 회복
4월 12일 일요일 하루를 기다리기
실시간 토론 수업을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안내사항을 작성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올리고 싶지만, 하루를 더 기다립니다.
하루를 기다리는 건, 쉼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교수자 편에서 좀 몰아가나 싶으면 멈춰야, 학생들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더라고요.
4월 13일 월요일 분주한 하루 사이로
실시간 원격 조별 토론 수업을 위한 안내, ZOOM초대장 안내, 저작권 관련 알림과 동의서 작성 요청 안내, 그리고 5차시 디딤 영상을 을 올리고 안내를 했습니다.
저도 너무 바쁘지만, 이걸 글로 따라오면서 반응해야 하는 학생들도 수고롭겠다 싶습니다.
면대면보다 주의 효과가 덜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되물어오는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상하게 교대 1학년들은 손이 덜 가는데, 사대 3, 4학년이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갑니다. 왜 같은 공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모두에게 말이 가 닿는지 모르겠습니다. 학생 개개인 차이라기보다 교대나 사대에서 교직과목의 위상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짐작할 뿐 정확한 원인을 알 수도 없고, (직접 물어보면 좋겠는데 솔직한 대답을 해 줄만큼 친해지지도 않았고) 알아봤자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요.
분주한 하루 사이로 답답함이 밀려 오지만, 참고 넘어갑니다.
4월 14일 화요일 드디어 열린, 교대 첫 실시간 원격 조별 토론 수업
1
책을 어떻게 하면 읽어오게 할 수 있을까?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4차시 동안 매주 얼굴 보며 잔소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요.
그래서 책 읽으면서 드는 질문, 10가지 이상을 쪽수를 포함해서 수업 전에 제출하게 했습니다.
성찰일지 평가를 겨우 마쳤는데 다시금 수업 전에 질문 평가를 합니다. 이건 또 왜 시켜서, 수업 전날도 고생인가 싶었지만, 덕분에 질문 읽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든든한 조도 있었고, 걱정되는 조도 있었습니다.
든든한 조는 또래 교수자의 이해도가 가장 깊은 조였습니다.
반면, 걱정되는 조는 또래 교수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 낼 것 같지 않은 조였습니다. 물론 그런 조에도 또래 교수자의 이해도를 능가하는 조원들이 있었지만, 서로 친하지도 않은데, 해당 인물의 또래 교수자도 아니면서 동료에게 다른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조원들의 질문을 정리해서 인물별 또래 교수자가 공통질문을 정리하고 유형화해서 조별 토론 시간의 의제로 삼기로 했습니다.
2
걱정도 많고 은근 긴장되는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의 뚜껑이 열렸습니다.
대체로 잘 진행됐습니다. 다들 잘 읽어와서, 대화가 잘 이뤄졌습니다.
모두 다 잘 읽어온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잘 읽어 왔습니다.
그런데 간혹 글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토론보다는, 해당 글은 제쳐두고 자신들의 교육적 의견만 개진하는 시간으로 삼는 조도 있었습니다. 물론 대면 수업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고, 그러면 바로 방향을 바꾸게 하는데, 이건 온라인상이고 또래 교수자에게 절대 권한을 주다 보니, 쉽게 그럴 수 없더라고요. 제가 그 조에만 머물러서 코치를 지속하기도 어렵고요.
이 문제를 통제할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3
첫 반에서 1시간 반 가량, 조별 토론이 지속됐고, 저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간 수업을 위해 마무리를 해야 했거든요.
조별 토론이 지속되는 동안, 그 사이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생각을 짜내야 했습니다.
다섯 조의 토론방을 오가면서 각 조당 5분 정도씩 대화를 나누며 소감을 묻고 변경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수업은 조별 토론만 했는데도, 각 조마다 방문해 의견을 물었고, 거의 2시간 가까이 돼서야 수업이 끝났습니다.
결국 다음 두 가지 원칙으로,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수업 전날 올리는 개인 질문은 그대로 유지하되 수업 준비도를 평가하는 자료로 삼고, 제가 올리는 질문으로 조별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실시간으로는 조별 토론만 하고, 저하고 갖는 강의 시간은 정리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단, 조별 토론은 50분 미만 운영하고, 정리 영상도 50분 미만으로 만들기로 하고요. 혹시 몰라 만들어 둔 정리 영상이, 어찌나 천만다행으로 작용하던지요.
4
다음 두 반의 수업은, 앞 반의 희생 덕에, 정리된 상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앞 반에서 한 일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조별 토론 마무리 시간에, 조마다 방문해서, 실시간 원격 토론 수업과 대면 수업의 차이를 설명하고, 무엇을 수정하면 좋을지 제안하고, 학생들 의견을 물었습니다.
첫반 학생들과 나눈 대화로 정리한 내용이 있어서, 방향을 빨리 제시할 수 있었고, 다른 두 반의 모든 조들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1시간 이내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4월 15일 수요일 번아웃
1
온몸이 쑤시고 으슬으슬했습니다.
마른기침은 멈추질 않아, 목소리가 많이 상했습니다.
눈도 빠지게 아팠습니다.
감기 몸살 기운이라고 느끼고, 하루 종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몸을 보호해야 했습니다.
2
그러나 여전히 컴퓨터에 앉아, 종일 내내, 조별 토론 수업 변경 안내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교대생에게 먼저 유튜브 일부 공개로 정리 영상을 올리면, 사대생이 미리 볼 수 있나 싶어서 사대 수업 마지막 날에 정리 영상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 일정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녁 무렵부터 단톡 방에 의견을 묻고 투표하고 고민하다가, 그냥 교대생 일정에 맞추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튜브 일부 공개 영상이 교대 LMS로는 링크하지 않은 영상도 보이지만, 네이버 카페에서는
주소를 링크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구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 어찌나 기쁘던지~
가벼운 마음으로 정리 영상을 올리고 주소를 링크했습니다.
3
휴일 보강 수업을 예정했던 대학원 수업은, 대학원의 융통성 없는 휴일 보강 불가 처리로 인해, 할 수 없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다행이었습니다.
4
변경 안내 과정을 더는 반복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사대에는 미리 변경 사항을 공지했습니다.
실시간으로는 조별 토론 수업만 진행하며, 또래 교수자가 추린 질문이 아니라 제 질문으로 조별 토론 수업을 진행하며, 제 강의는 정리 영상으로 올린다고요.
숨 가쁘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4월 16일 목요일 사대, 첫 실시간 원격 조별 토론 수업
1
첫 수업 시작하려는데, 9시 직전에 학교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한 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이랍니다.
수업 시작하자마자 그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그러나 대면 수업에서와 동일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2
오늘 초중등 400만 명이 개학이라서, 긴장했습니다. ZOOM도 불안할까 봐요.
설마 했는데, 첫 수업 9시 반 무렵, 조별 토론 방에 있는데, 제가 한 번 튕겨져 나갔습니다. 다시 들어와 보니, 다행히 조별 토론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더군요.
유선 연결인데, 또 튕겨져 나갈까 불안했습니다. 핫스폿으로 연결했고, 이후로는 그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3
두 번째 반 시간에, 몇몇의 태도를 보며, 말이 세게 나갔습니다.
수업 마치니, 눈이 빠질 것 같고, 두통으로 머리가 아팠습니다. 스트레스받았나 봅니다.
마지막 반도 만만찮은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걱정이었습니다.
소리가 안 나온다고 조별 모임을 10분이나 중단시키고 있던 학생, 얼굴 노출 부담된다며 카메라를 돌리고 있는 학생, 딴짓하는 학생, 이런 걸 1학년도 아니고, 3, 4학년과 씨름하자니 힘들더군요.
조별 모임 끝내고, 전체 공지할 때, 다시금 이런저런 호소를 했습니다. 그리고 질문 있으면 남아서 해도 좋다고 하니, 4명이 남았습니다. 그중 두 명은 마지막에 여러 문제가 보이던 조의 조원이었습니다. 다른 두 명의 질문에 경청 모드로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싶었습니다. 다른 두 명과 질의응답으로 15분 정도 흘렀습니다. 오늘 수업 중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영상 올리지 말고, 이렇게 수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했습니다.
조별 토론도 포기할 수 없고, 그것으로는 적절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아서 제 강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변경 방법이 맞는지 다시금 고민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저도 처음 가보는 길이라, 어떻게 해야 예비교사로서의 성장에 더 좋은 길일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4
그래도 간간이 마른기침 하며 말을 하는 저를 걱정스레 보고 있다가 비공개 채팅으로 괜찮으신지 물어오는 학생도 있고, 그전에 이런저런 1:1 채팅으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눈 학생들은 열심히 참여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마음 열고 참여만 해주면, 3, 4학년과의 대화가 얼마나 깊이 있고 즐거운 지 잘 알고 있기에, 또 잘 진행되는 조는 이미 충분히 그런 가능성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조의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속상하네요.
5
본의 아니게, 학부모 공개수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동영상 만들 때부터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번 주, 실시간 원격 수업에서 몇 분의 어머니들께서 궁금하셔서 구경하려고 하시거나, 혹은 자녀가 잘 조작을 못해 도와주려고 참여하시더군요.
오늘 그중 한 명은 조별 모임 할 때 어머니 때문에 딱 걸렸습니다.
'엄마, 나가, 내가 딴 거 하고 있어서 그렇지, 지금 수업 중이야...'
이런 솔직한 돌출 발언. 얼른 채팅창에 이름 부르며, 딴 거 하지 말고 수업 참여하라고 남겼습니다. 조원들도 일제히 ㅋㅋㅋㅋㅋ ... 웃펐습니다.
이런저런 장치를 마련했는데도, 이렇게 빠져나가는 학생이 있네요.
초중등에서는 더하리라 싶습니다.
4월 17일 금요일 또다시 번아웃
어제 수업 이후로, 제 몸 하나 추스르고 있기도 힘든 날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이런 몸으로, 매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 저러겠지 싶고...
일부 사대 학생들의 태도는,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과연 제가 이번 학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몸이 아픈데 맘도 편치 않은 날입니다.
4월 18일 토요일 회복
이번에 처음 강의를 하는 곳의 학생들과 여러 문제를 겪으며, 한동안은 수업 비중이 높았던 교대생에게 너무 길들여져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교대 수업도 어쩌다 모든 것이 좋은 반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항도, 불만도 많이 겪었고요.
역시 추억은 많은 것을 미화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수업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점도 분명 있고, 지금까지 학생들을 길들인 관례와 철학에 이 수업의 기획이 맞서면서 빚어지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에도 변함없이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의 경력 12년 차이지만, 이 학교는 처음이기 때문에 학생들 텃새도 작용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교육받는 동안 상처가 많았는데, 어떤 회복의 계기 없이 예비교사가 된 학생들 내면을 글로 엿보며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미치자, 이제 그만, '왜 그러나'라는 생각을 접고, 그냥 다 품고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마음이 이번 학기 마치기 전에 가 닿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마음먹습니다.
그러자 몸도 마음도 회복되네요.
더 품고 더 사랑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