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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으로서의 교육 Aug 27. 2020

내가 사랑하는 일

지금 이 순간도

1

가르치는 일을 하는 동안에 그 일을 사랑했습니다.

수업에서 마음의 결이 움직이는 학생들과의 호흡,

학생들이 뿜어내는 캠퍼스의 싱그러운 기운,

현장에서 부대끼며 삶의 주름으로 간직한 선생님들의 진한 이야기를 경청하는 순간과 서로에게 마음이 열리고 연결되며 우리가 되는 경험.

그렇게 가르치면서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이해했고, 제 안의 상처도 설명이 됐습니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한 세월이 쌓이자, 그 일이 저를 넘치게 사랑해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

연구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 그 일을 사랑했습니다.

이 연구가 전공 적합도에 일치하는지, 진로에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욱과정 전공자이면서도, 교육과정 전공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다문화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을 붙들고, 그걸 또 한국사회와 교육에서 맥락화해보겠다고 매달렸습니다. 또 여러 현장의 경계를 오가며 다양한 삶의 이력을 가진 분들과 마주하면서, 그분들의 굴곡진 진한 삶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었습니다.

어느 방면으로도 함부로 글을 쓸 수 없었기에, 겨우 KCI 논문 한편 쓰는데, 1년, 2년, 5년, 8년, 때로는 10년 묵은 글을 진이 다 빠질 때에야 제 몸 밖으로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흘러간 글들은 몇 년이 흘러, 예상치 못한 시공간에서, 인상 깊은 만남이나 관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제가 사랑한 연구였는데, 그 연구가 도리어 저를 사랑해주고 사랑받게 해 주었습니다.


3

한 달 남짓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로 받은 이메일이 200여 통, 보낸 이메일이 150여 통 되더군요.

8시간의 근무 시간 꼬박, 허투루 보내는 시간의 틈 하나 없이 일해야, 하루에 해야 할 일이 끝났습니다.

장거리 통근이라서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요약하면 자유롭게 시간을 조율하며 살다가, 틀에 박힌 일과 속에서 일만 하며 살고 있는 셈인데요.

요즘  마음은요, 무척 평안하고,  풍요롭습니다. 아마 처음으로 주어지는 안정적인 삶이 선사해주는 선물이기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보다 직접적인 이유가, 가르치고 연구하는 지난 시간들의 사랑이,  마음에 깊이 배여,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저를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저는 여전히, 지금까지 살았던 마음의 움직임대로, 제 일을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이 일을 마칠 때쯤 남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일 잘한 사람으로서의 일의 성취가 아니라,  일을 사랑해서, 그 일로 인해 넘치게 받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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