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필름포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으로서의 교육 Sep 27. 2020

레이버 데이(Labor day, 2013)

싱글맘과 탈옥수의 사랑 이야기라는 스토리 라인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한 편의 소설 같은 영화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조이스 메이나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그는 왜 탈옥을 했는가.

관객은 그 이유가 궁금한데, 영화는 우선 그가 얼마나 가정적이고 진실한 사람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병원에서 탈옥 후 도망자로 쫓기는 상황에서도 싱글맘과 그의 아들을 진실하게 대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만일의 상황에서, 그들이 탈옥수를 숨긴 죄를 짓게 하지 않으려고, 그녀를 의자에 묶어두지만, 아들은 묶지 않았고,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그녀의 입에 떠먹여 준다. 그것도 반나절 뿐. 밤이 되자 그녀가 평소대로 자신의 침실에서 편히 자게 한다. 그 집에 머무는 동안, 집안 구석구석을 수리하고, 평소 문제였던 자동차도 고치고, 그녀의 아들에게는 캐치볼을 가르쳐주고, 야구를 한다.


그의 진실함에 관객들이 서서히 안도할 무렵, 그녀와 그녀의 아들도 그의 진실함에 젖어들며 뉴스가 전하는 탈옥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런 설득의 지점에서 그가 왜 살인죄로 18년을 복역했는지를 대사 하나 없는 그의 스토리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아내의 외도로, 아니 처음부터 그를 농락하고 이용해 결혼한 아내를 다툼 속에서 밀치다가, 우발적 사고로 목숨을 잃게 한 사연을 보여주며, 그가 본래 진실한 사람이었지만 우발적 사고는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아이인지 알 수 없는 갓난아이는 이미 아내의 손에 죽은 상태였고, 그래서 그는, 그 아이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항소할 수 없었다며, 탈옥수의 신분으로 만난 그녀에게 진실을 털어놓는다.


이 지점에서, 아무 그래도, 단지 싱글맘의 외로움이 이 건장한 탈옥수를 받아들이게 했는가 의문이 들 때, 영화는 그녀의 감옥 같았던 내면을 그에게 건네는 고백으로 들려준다.

첫아들 출산 후, 네 번의 낙태... 다섯 번째는 급기야 사생아를 낳게 되자, 그후로 집 밖을 거의 나가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갇힌 그녀. 영화는 그런 그녀와 아들을 버려두고, 평범한 삶을 찾아, 자신의 비서와 새 결혼을 한 그녀의 남편을 조명하며, 그녀가 탈옥수와 교감하는 감정과 사랑이 진실하고 정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사랑이었다.  


어느 새 진짜 가족이 된 이들이 캐나다로 도주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녀 아들의 실수로 결국 무산됐고 그는 체포된다.

그러나 그와 그녀와 그녀의 아들에게는, 노동절 휴일에 함께 했던 5일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되었고, 그 노동절의 주말은 그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아들은, 그와 함께 만들었던 환상적인 맛의 파이를 만드는 가게의 사장으로 살아가게 됐으며,

그녀는 그 긴 세월 출소하는 그를 기다리며 세월을 견뎌낸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 또한 그녀와 그녀의 아들을 공범자로 만들지 않으려고 더 오랜 세월 감옥에서 사는 길을 택하며, 그녀와의 사랑을 지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선택이 출소 후 그녀와 함께 남은 인생을 살게 하는 힘이 되었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며 진실한 남편이라고 믿었던 그는 극한 고통에 빠진 그녀를 버리고 평범한 삶을 찾아 나선 비겁한 남편이었다.

살인자로 18년을 복역했지만 실상은 순수한 남자였던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죄수로 살았지만, 탈옥했던 순간 감옥에 갇혀 있는 그녀의 진실을 알아보았고 그녀의 진실한 사랑을 얻은 사람이 됐다.   

사춘기 나이의 아들은 자신의 마음에 진실하게 반응하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렸고, 엄마와 그 남자가 사랑하고 또 재회하는 데 연결고리가 됐다.

진실은 사랑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진실한 사람이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용당하거나 버림받거나, 그로 인해 죄를 짓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부디, 진실한 사람들이 극한 고통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을 인생의 동반자로 만나기를.

진실한 사람들끼리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되기를.

진실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은 진실한 마음들이 고통에 얽매이않기를 바란다.


그의 출소날, 그를 마주한 그녀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과 두 사람이 함께 나눈 포옹은 아름다웠다.

영화의 엔딩에서, 그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가는 뒷모습 또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