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롱기스트 라이드(The Longest Ride, 2015)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 일보다 먼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마음의 짐이 있고, 어떤 꿈이 있고, 그동안 어떤 가정에서 어떻게 자라왔고, 앞으로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은지를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은 이 모든 생각을 잠재운다.
시작은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끌림이었다. 처음은 호감을 표현하고 존중하고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천천히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보아주는 것이었다.
그러다 사랑을 하게 되고, 온 몸의 세포가 그 사람을 향해 깨어나게 되면, 내 자아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돌하는 씨름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아가 이기면(자아를 선택하면) 사람도 잃고 사랑도 잃지만, 사랑이 자아를 이기면(사랑을 선택하면) 그 지점부터 희생이 시작된다.
루시를 향해 온 몸의 세포가 열려 있던 아이더, 평생 루시를 지극하게 사랑하며, 자신의 자아보다 더 루시를 사랑했던 아이더는, 소피아에게 사랑은 늘 희생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물론, 루시에게도 아이더와의 사랑은 희생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희생하는 사랑.
소피아의 선택도, 루크의 선택도 그와 같았다.
영화의 끝에서, 아이더는 소피아와 루크에게 못다 한 말을 유서로 남겼다.
수백수천 달러의 어떤 작품보다 더 값진 것은, 그 작품을 보며 행복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었다고.
그 사람이 전부가 되는 결정을 하는 지점이, 서로의 세계로 들어가는 지점이다.
세상 명예, 지위, 돈, 나이, 가족계획, 내 꿈, 가정환경... 어떤 사람을 두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기 전에, 그 사람 자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내가 뭘 원하는지,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일이다.
물론 한 사람만 그리 해서도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를 그 자체로 보아주고, 그 사람이 전부가 되어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나의 전부를 희생하지만, 결국 그 희생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얻은, 참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가 끝나자, 이런 감탄이 나왔다.
'아, 참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