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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으로서의 교육 Jan 15. 2022

따뜻한 얼음

1

목요일 외부 회의를 마치고, 올해 기본과제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체감하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덕분에 새벽 1시에 깨서 5시까지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며 토요일 새벽을 보냈습니다.


입사 전부터 진행된 정책이고, 저도 현장에서 염려하는 같은 포인트에서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피하고 싶었습니다.

연구자의 양심상, 논리상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올해는  핵심 문제에 제대로 직면하게 됐습니다.


비판을 넘어 대안을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뜻한 얼음'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시에 여러 상념이 들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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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겹 또 한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2

원내에는 박사학위논문 이후로(<한국 다문화교육의 개념 정립과 교육과정 개발 방향 탐색, 2008>), 이어온 목소리를 계속 이어갈 만한 장이 (아직) 없네요.

무엇보다 질적 연구자로서 부지런히 다녔던 이주와 다문화, 탈북,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귀환자, 난민 현장과의 연계가 소원해지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입니다.


또 수업을 고민할 수 있었던 것도 수업 현장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수업을 고민할 현장이 있는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10년 이상 지속했던 연구이고, 결국 경계에서 중심을 바꾸는 일과 연결되므로, 이대로 그냥 단절될 목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목소리를 이어갈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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