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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으로서의 교육 Feb 04. 2020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중등교사

안준철 선생님

처음 인사드리는 설렘으로, 그러나 오랜 세월 선생님을 영상으로 뵙고 있던 사람으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는 예비교사들의 첫 마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2012, 문학동네)라는 책과 출간 기념 강연 영상을 알게 됐습니다.

 안준철(2012).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서울: 문학동네.



이를 계기로 다양한 매체에 쓰신 글과 영상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그 후로 영상과 책으로 선생님을 수업에서 한 차시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드리려고 지난 강의 내용을 살펴보니, 그 처음이 2014년 여름 계절학기 강의부터였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여러 교원양성대학에서 제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을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중등교사이시지만, 저는 초중등 예비교사 모두에게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왜냐면, 지방의 한 사립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평생을 살아온 영어 교사로,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숨이 콱 막힐' 순간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도, '학생을 사랑할 권리가 교권'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엇이 어떠해도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끝끝내 학생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내면의 견고함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은, ‘교사의 내면 세우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수업입니다.
이야기 주제는, 교사 전문성으로서의 부드러움, 교육본질의 회복, 아이들에게 화날 때와 아이들이 미울 때, 교직의 매력, 영혼에 관심 있는 교사, 교사의 사랑과 꿈 등입니다.

제 해석을 덧붙이고 예비교사들에게 질문도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눕니다.
제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오랜 경험이 체화된 선생님 말씀의 깊은 의미를 예비교사들이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세월과 경륜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예비교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입장에서 해석을 덧붙입니다. 그런데 막상 제 해석을 들으신다면, 언제 내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 해석이나 전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실천 경험의 깊이와 존재 자체가 처음 교단을 밟을 예비교사들에게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울림을 주며, 이정표가 되는 것을 목도하곤 합니다.      

그동안 너무 감사해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부끄럽기도 하고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말씀드릴 때가 되었나 봅니다.

그동안 예비교사들에게 교직생활의 지혜를 나눠주시고, 교사로서의 ‘그 마음’을 일깨워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교육 황폐화의 주범은 교육적 이상 포기'라고 생각하시면서, 평생을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순수하게 만나며, 가르치신 그대로 살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직 선생님 글을 보고자, 교육공동체벗 카페에도 가입했습니다. 2015년 2월의 일입니다. (이 편지는 카페에 가입한 무렵, 그러니까 2015년 2월에 쓴 편지입니다)
카페에서 퇴임 전후로 올리신 글 중, 용기 있게 생애 민낯을 보여주신 몇 편의 글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왜 교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교사가 되었는지, 퇴임식에서 차마 하지 못했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는지 등에 대해서요.
저는 그 민낯의 글을 읽으며, 도리어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났습니다.
훌륭한 분의 가장 연약한 시절이나 모습을 뵀을 때 우러나오는 감정이나 태도가,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진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수업에 모시고도 싶었는데, 무엇보다 선생님 건강이 염려되었습니다.

거리도 멀고, 모시면 학생들에 대한 형평성 때문에 한 수업에만 모실 수 없어서 연강 6시간, 때로는 8시간씩 부탁드려야 하는 상황인데, 선생님 건강을 해칠 것 같았습니다.
제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로 한 번만 모실 수 있을까 하여, 학기 초에 여러 반의 일정을 한 날로 조정해보려했지만, 결국 매번 실패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수업에서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학생들에게 성찰의 글을 받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수업에 대한 글도 받았었는데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그 글을 인용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언젠가 그 글들을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래의 이미지 파일은 교보 대상 받으신 후, 교보에서 선생님과의 여행을 기획하며 만든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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