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에서 경험한 새벽

by 라잎디

여행을 하다 보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

'시간이 너무 빠르다..!'

지나가는 모든 순간들을 붙잡고 싶어서 나는 아침 7시에 눈을 뜨고 재빠르게 양치를 하고 선크림은 나 몰라라,, 모자를 뒤집어쓰고 일단 숙소 밖으로 나왔다.


함께 여행을 하던 동행인은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에 아침 온천을 하겠다는 그의 말을 존중하기로 하고 각자의 아침을 보내보기로 한다.


10월의 유후인 아침 7시 반.

아주 조용한 마을이다. 관광객들이 피크시간 외에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좋은 숙소에 들인 비용이 큰 만큼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걷다 보니 뒤에서 누가 부지런히 따라오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다. 출근을 하는 여성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평범한 평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나라에 있을 때 출근하는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내 눈엔 정말 아름 다운 유후인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고향이고, 출근할 시간에 바삐 움직이는 나의 그저 그런 배경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이 순간이 소중하면서도 한국에 돌아가 일상을 소중히 하자라는 생각을 해본다








새벽이라 그런지 구름이 아주 낮게 깔려 있었는데,

이 모습이 나에겐 낯선 풍경이었고 오랫동안 유후인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새벽의 잔잔함은 이루 말하지 못한다. 차가 많이 다니거나,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다 보니 내게 들리는 것은 내 발소리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편안했다. 걷다가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를 듣고, 집에서 새어 나오는 생활소리를 듣고자 잠깐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있으면, 일본 ASMR이라고 해야 할까. 그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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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선명한 산과 하늘, 아주 조용한 공기와 아주 활발한 햇빛


바스락바스락

내 옷이 스치 소리와 내가 만들어내는 발소리 외에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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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감격스러운 순간에 내가 서울에서만 즐기던 새벽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고 있다니, 이렇게 완벽하게 잘한 일이 있었나 하고 나를 칭찬하며 사진을 찍었다.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가기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집에 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아침 산책을 집뒤로 나가서 한참 걸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계속 걸었는데 그때가 생각났었다. 조용한 곳이 주는 아주 단단한 확신이 있다. 난 그런 단단함을 느끼기 위해 새벽을 나서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해가 떠오르면서 점점 그림자는 물러나고 있다.


점점 그림자에 가리어졌던 풀들도 햇빛을 받으러 나오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나도 이렇게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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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한참 많이 북적이던 거리인데,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와닿았고 기억에 남았다. 이곳은 언제나 이렇게 조용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나고, 글을 쓰는 지금도 '내일 아침의 유후인은 이런 모습이겠지?'생각하게 된다.


해가 한참 떠오르고 나니 차가운 새벽공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하나둘 차가 큰길을 오가기 시작한다. 이 아침 산책의 끝은 함께 온 동행인과 아침으로 먹을 음식을 편의점에서 사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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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방을 들고 한가득 아침으로 먹을거리를 챙겼다.


이상하게 매력적인 곳이다.

묘하게 매력이 있어서 다 먹어보고 싶고, 한 번가니까 두 번가고 싶고, 두 번가니 계속 생각나는 그런 매력을 가진 여행지였다.


달달한 간식거리들을 잔뜩 챙기고 나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참 원할 동행인의 얼굴이 떠올라서 큰 사이즈 커피를 사가지고 돌아간다.


일본 유후인에서 거닐었던 새벽 산책은 내게 너무 큰 영감을 주었다. 전 세계의 새벽을 담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 주었고 나의 하찮은 사진실력을 충분히 이곳의 공기를 다 담아낼 실력으로 키워가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해 줬다.


지금 유후인은 어떨까? 어떤 공기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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