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노력은 줄이지만 건강은 챙기는 4인 가족 식생활
식사법 별 시간효율은 완조리식품의 압승이다. 하지만 신선하고 좋아하는 재료를 양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집밥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간과 재료 품질도 신경 쓰인다. 하지만 살림 시간은 최소화하고 싶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1년 3개월 동안 대체로 집밥을 먹었다. 처음엔 쉽고 맛있는 레시피들을 찾아 요리를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는 게 목표였다. 복직해도 슥슥 쉽게 집밥을 차려 먹고 싶었다.
하지만 점점 레시피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밥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 전체를 최적화해야 한다!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책, 유튜브에서 배운 것을 갈무리하여 나름 최적화한 집밥 챙겨 먹는 법을 소개한다.
1. 메뉴 결정
뭘 먹을지 정한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선택지는 2가지다.
① 대량 조리
한 번 요리할 때 양껏 만든다. 라구, 카레, 짜장, 조림/국/찌개류를 추천한다. 구이는 기름이 산폐 되어 굽자마자 먹는 게 좋고, 볶음류는 많이 만들면 팔 아프다.
② 간단 조리
5분 안에 조리 준비를 끝내고 조리는 오븐이나 냄비에 맡긴다. 여유가 되면 셀프 밀키트를, 귀찮으면 소금과 허브를 뿌린 고기/생선 구이를 추천한다. 소, 돼지, 닭, 고등어, 가자미, 삼치... 다양하게 구워보자. 집에 오자마자 재료를 꺼내 오븐 팬에 얹고 소금과 허브를 뿌리는 데 5분 남짓 걸린다. 오븐에 굽는 30~40분은 짐 정리하고, 옷 갈아입고, 내가 씻거나 아이들 씻기고, 식기를 놓으면 금방 지나간다.
장 보는 것도 귀찮으니 한 번에 몰아서 산다. 나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할 일 & 주문 메모'라는 공지를 만들어 필요한 게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둔다.
식재료를 고를 땐 아래 3가지를 고려하면 좋다.
① 이미 있는 식재료
냉장고나 싱크대 상하부장에 있는 식재료와 조합해 먹을 수 있으면 좋다.
② 제철 식재료
제철 식재료는 저렴하고 맛있고 몸에도 좋다.
③ 일주일에 30가지 식물 (30 plants a week)
일주일에 30가지 식물을 먹으면 장에 다양하고 건강한 미생물이 생긴다고 한다. 1만 명의 연구진이 직접 자신들의 대변과 건강지표를 분석한 결과(by Earth Microbiome Project)라 목표로 삼을만하다.
채소, 과일, 허브, 곡물, 견과류는 물론 두부나 호밀빵처럼 변형 적은 가공품도 인정한다. 혼합 9곡에 백미/현미 넣어 잡곡밥 지어먹으면 한방에 +10, 고기에 허브 2가지 뿌리고 색 다른 파프리카 2개 같이 구우면 한방에 +2.5라 은근 달성하기 쉽다.
① 일단 보관하기
구입한 식재료를 어딘가에 보관한다. 대체로 냉장고, 팬트리, 싱크대 상하부장, 다용도실일 것이다. 보관할 곳이 이미 식재료로 가득 차 있다면 다음엔 그것부터 먹자. 상미기한이 은근 빨리 지나간다. 냉동실도 실온에 비해 균의 활동이 느려지는 거지, 무균이 아니다. 온전하게 먹으려면 기한 내에 먹는 게 좋다.
② 손질해서 보관하기
여유가 되면 식재료를 세척 후 손질해서 보관하자. 요리할 때마다 세척볼, 도마, 칼을 꺼내고 쓰고 씻는 것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한 번에 먹을 식재료를 같은 용기에 담아 밀키트를 만들면 조리도 편하게 할 수 있다.
① 세척이 필요 없는 식재료
냉동채소나 고기류처럼 세척을 안 해도 되는 재료를 먹으면 건너뛸 수 있다. 수분함량이 적은 채소는 냉동보관하는 게 영양손실이 적고, 고기는 안 씻는 게 오히려 위생적이다. 냉동채소는 아스파라거스, 당근, 옥수수, 그린 빈, 완두콩, 시금치, 콜리플라워, 브로콜리를 추천한다. 굽거나 쪄먹으면 식감도 그대로다.
② 세척해야 하는 식재료
세척을 해야 하는 식재료는 한 번에 씻는 게 효율적이다. 초음파 세척기가 있다면 기계에게 맡기자. 책『김치통 샐러드』에 따르면, 채소를 손질해서 김치통에 담아두고 한 접시 씩 덜어먹으면 샐러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① 고기
구입한 그대로 조리하면 손질할 필요가 없다. 굽거나 진한 국물을 낼 땐 핏물을 빼지 않아도 된다. 특정 크기로 고기를 썰어야 한다면 정육점에 부탁하자. 보관용기를 들고 가서 고기를 담아 달라고 하면, 용기에 바로 양념할 수 있어 편하다. 포장재 버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② 채소
아직 쉽게 손질하는 법을 찾지 못했다. 누가 정채점(精菜店) 좀 만들어 주면 좋겠다.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면 씻고 다듬어 원하는 크기대로 썰어주는 가게! 식품가공로봇이 발전하면 정육점처럼 정채점이 주택가 곳곳에 생기리라 믿는다.
① 조리법
재료 넣고 뚜껑 닫으면 신경 끌 수 있는 조리법이 편하다. 오븐, 에어프라이어, 무쇠 냄비, 찜기 등을 활용하자. 나는 밥 짓는 원리를 활용해서 이유식도 무쇠 냄비에 끓였다. 물만 충분하면 안 저어줘도 눌어붙지 않았다.
② 양념
양념에 들어가는 게 적을수록 편하다. 나는 소금, 간장, 발사믹, 카레, 고추장, 된장, 굴소스, 토마토소스 중 하나를 주축으로 삼고, 부족한 맛을 소금, 후추, 설탕, 식초, 참기름, 다진 마늘 등으로 채우는 방법을 쓴다. 양념에 10가지 넘는 재료를 섞는 레시피도 있는데, 따라 해 보면 굉장히 귀찮다. 맛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기와 야채는 소금만 뿌려도 맛있다.
1인 1 접시를 추천한다. 동양식 상차림이 풍성하지만 그릇을 너무 많이 써서 차리고 치우기 번거롭다. 음식을 뷔페식으로 식탁에 두고, 각자 먹을 만큼 덜어먹는 걸 추천한다.
① 설거지
쓰는 식기가 적으면 설거지도 간편하다. 아니면 식기세척기를 들이는 것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② 오염 제거
행주를 가로로 3등분 되게 2번 접고, 세로로 1번 접으면 깨끗한 면을 6번 만들 수 있어 편하다.
① 탄수화물
가정의학과, 내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분들이 추천한 S급 탄수화물은 다음 세 가지다. 건강하게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같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검은콩 비율이 40% 이상인 잡곡밥
- 탄수화물이 적은 가루(ex: 아몬드가루)와 견과류로 만든 빵
- 저지방 무가당 그릭 요거트 (블루베리 얹어 먹으면 당뇨도 예방)
A급은 현미밥, 껍질째 먹는 사과, 삶은 고구마. B급은 백미밥, 밀가루로 만든 통밀빵, 바나나, 감자다. 나머지는 단맛과 가공도가 높을수록 추천하지 않는다.
② 단백질
가정의학과 전문의, 약사, 스포츠의학박사 분들이 추천한 1등급 단백질은 7가지다. 두부, 두유, 아몬드, 달가슴살, 닭다리살, 계란, 고등어.
가공육은 안 먹는 게 좋고, 적색육은 먹어도 되지만 빈도를 낮추라 한다. GMO 옥수수 사료를 먹는 미국산 소보다 풀 뜯어먹는 호주산 소가 좋고, 소보다 돼지가 낫다고.
③ 지방
지방은 자연스럽게 자주 먹게 되는데, 그만큼 품질이 좋은 걸 쓰는 게 좋다. 올리브유, 아보카도유, 저온압착 참기름, 들기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