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수납과 예쁜 수납에 대한 고찰
인테리어가 끝나고 거주한 지 약 10개월. 살림살이들도 각자 필요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공사가 잘 끝났지만 인테리어 책에서 본 집들처럼 예쁜 느낌이 나지 않는다. 집 구조와 마감이 깔끔하면 적당히 예쁠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고 센스가 없으니 예쁘게 마감한 집에 살아도 이게 한계인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센스만의 문제가 아님을 책《편안하게 사는 작은 집 인테리어》의 '정리정돈과 수납의 기본'을 보다 깨달았다.
센스도 없지만 이거 이거 성격 문제였구나!
그렇다. 나는 게으르거나 귀찮음을 잘 느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예쁜 수납을 추구할 만큼의 센스도 없는... 이를테면 아래 이미지에 공감하지 못한다.
한눈에 다 보인다고요? 상자마다 붙어있는 글씨 둘러보다 지칠 것 같은데요? 사진을 찍어 붙여두라는 조언도 어느 책에서 봤지만 상상만 해도 기 빨렸다.
이제 알았다. 예쁜 수납은 ① 공간에 맞는 수납용품을 찾을 만큼 부지런하고 ② 문과 상자 여는 행동이 귀찮지 않고 ③ 수납용품에 쌓인 먼지를 닦을 만큼 깔끔한 사람을 위한 것임을.
여기 해당하지 않는 나는 ① 물건을 줄이고 ② 수납용품도 최소화하고 ③ 한 번에 꺼낼 수 있는 오픈 수납을 하는 게 최선이었다. 오픈 수납은 ④ 예쁜 물건을 ⑤ 보기 좋게 배치해야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데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유를 알았다고 집에 있는 물건을 싹 바꿀 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가진 것의 수명이 다하면 그대로 비우거나 예쁜 것으로 대체해야겠다. 10년 후엔 아이들이 자라 장난감이 줄테고, 가진 물건들도 많이 바뀌어 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집이 점점 예뻐질 거라 생각하니 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