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덜 번거롭고, 아이가 덜 아프고 더 잘 자는 인테리어 방법
인테리어 공사 후 9개월이 흘렀다. 신생아와 2살 아이를 키우면서 만족한 인테리어와, 아쉬워서 보완하거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인테리어 내용을 정리했다.
1) 방문 손잡이
아이를 낳을 예정이거나 유아가 있는 집엔, 문을 여닫을 때 소리가 덜 나는 좋은 손잡이를 추천한다. 만듦새가 좋지 않은 손잡이는 아이를 재우고 나올 때 손잡이 덜컥이는 소리로 아이를 깨우는 만행을 저지른다.
나는 목공 편에서 말했듯 영림 YDH-030S를 택하고 후회하고 있다. 5개 손잡이 중 2개가 1달 안에 고장 났고, 고장 나지 않은 손잡이들도 돌릴 때 소리가 꽤 큰 편이다. 첫째가 밤중에 잠에서 깨서 문을 돌릴 때 소리가 너무 커서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둘째 재우고 나올 때 손잡이 소리에 깨서 속상했던 것도 여러 번이다. 기능은 멀쩡하니 아깝고 귀찮아서 그냥 두고 있지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손잡이는 꼭 바꿀 것이다.
2) 방문 빛샘 방지
아이와 분리수면 할 생각이라면, 방문 틈 사이로 빛이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걸 추천한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아이가 어른이 깨어있는 걸 알면 안 자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첫째 방은 부부방 바로 맞은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첫째를 재우고 아이 방문을 닫은 뒤, 부부방 문을 닫고 수면등을 켜면 바로 아이가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알았나 싶어 아이 침구에 누워보니, 아이 방문 바닥 틈으로 부부 방에서 새어 나온 빛이 보였다.
이를 깨달은 후 부부방 바닥 틈새를 막았다. 아이방도 막으려다, 아이 방 불 켜진 건 밖에서 보여야 할 것 같아 그냥 두었다. 부속품이 늘면 관리할 것도 늘어나기 때문에 1개만 설치한 것도 있다.
나는 네이버 쇼핑에서 설치와 세척이 쉬워 보이는 4,000원짜리 제품을 쓰고 있다. 몇 개월 쓰니 먼지가 엄청 쌓이지만, 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먼지 쓸리는 것을 줄이고 싶다면 문을 완전히 닫았을 때만 틈을 막는 제품도 괜찮아 보인다. 후자는 아직 써보진 못했다.
3) 방문 손 끼임 방지
아이가 기어 다니고 앉기 시작하면, 방문을 여닫고 놀 때가 있다. 우리 집은 두 아이 모두 그랬다. 손이 끼여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고, 어른이 저지하는 게 보이면 운다. 이 상황이 걱정된다면 도구의 힘을 빌리자.
'손 끼임 방지' 키워드로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나온다. 어른의 UX 기준으로 구분하면, 한 번 설치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제품과 수동으로 꼈다 빼거나 각도를 바꿔줘야 하는 제품이 있다.
내 경우 신혼집에 전자를 설치했다. 경첩 쪽 위험은 확실히 막아줘서 좋은데, 잘못 설치하면 문을 완전히 열기 힘들고 뗄 때 문 코팅이 벗겨졌다. 아이들이 자라면 쓰고 싶지 않기에, 이사 와서는 설치하지 않았다. 후자는 이사 와서 쓰고 있다. 각도를 돌리면 문이 안 닫히게 막는 제품인데, 존재감이 적어 만족한다. 단점은 문을 닫을 때 일일이 돌려야 해서 좀 귀찮다. 아쉽게도 사용이 편하고 제거하기도 쉬운 손 끼임 방지 제품은 아직 찾지 못했다.
4) 싱크대 문
아이가 서기 시작하면 싱크대 문을 열고 안에 있는 것을 몽땅 꺼내며 놀고 싶어 한다. 우리 집 두 아이 모두 그랬고, 갓 돌 지난 둘째는 지금도 이 상태다. 지인의 집은 아이가 결국 싱크대 문짝을 뜯어냈다고 한다.
이런 참사를 막고 싶으면 '문 열림 방지', '키즈락' 키워드로 자신의 집에 맞는 제품을 찾아보자. 저렴해서 한 번에 많이 구입하는 분들이 계시니, 당근마켓에서 찾는 것도 추천한다. 나는 러브포베이비 제품을 5개에 1만 원 주고 당근 했다. 모든 문을 막으면 부엌 쓰는 게 불편해서, 칼이나 유리 제품 등 위험한 물건이 있는 곳만 막았다.
1) 수전
나처럼 덜렁대는 어른이나 아이가 있는 집엔 토수구가 날카롭지 않은 수전을 추천한다. 욕실가구는 B2B로 판매되는 편이라 그런지 온라인에선 상품 설명이 자세하지 않다. 반셀프라면 직접 만져보고 고르고, 턴키라면 업체에 이런 수전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자.
내 경우 안방 욕실 세면대에 '큐브 P 겸용 수전(아메리칸 스탠다드)'을 설치했고, 토수구 마감이 날카로워 엄지 손가락을 2번 베였다. 다행히 거실 욕실 세면대의 '다이브 원홀세면기 수전 (로얄앤컴퍼니)'는 마감부가 부드러워 아이들과 안심하며 쓰고 있다.
세면대 수전의 토수구 위치도 아이에게 맞추면 좋다. '각도조절 수전', '세면대 워터탭', '비데 수전'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아이와 가깝게 물이 나오게 하고, 신생아를 쉽게 씻길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니 참고하자.
2) 샤워기
샤워기 분사모드가 다양하면 아기 응가 씻길 때 편리하다. 엉덩이 사이에 끼인 것을 일반 수압으로 빼기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수압을 강하게 바꿔주는 샤워기를 설치하면 손대지 않고 시원하게 씻어낼 수 있다. 단, 너무 수압이 세면 이물질이 사방으로 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우리 집은 로얄앤코의 3단 샤워기를 쓰고 있다. 이 제품의 설명서로 예시 이미지를 올리고 싶었는데, 공식몰에서 관련 설명을 찾을 수가 없어 다른 회사 제품의 것으로 대체했다. 내가 쓰는 샤워기는 엄지손가락 굵기로 모든 수압을 집중시키는 모드가 있는데, 찐득하게 들러붙은 이물질은 이걸 쓰면 싹 내려간다.
3) 변기
아이 있는 집 변기는 아날로그 하고 튼튼한 게 좋다. 무난한 거 설치한 대부분의 가정은 변기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나같이 삽질하는 사람도 있다는 슬픈 기록‥
우리 집 거실 변기는 로얄앤코의 '블로이(Bloei)'다. 변기물을 향이 있는 오일로 코팅하여 냄새를 막고, 변좌 커버도 버튼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신박한 기능과 예쁜 디자인에 반해 145만 원이나 주고 샀는데, 도기 편에서도 말했지만 그저 후회막심이다.
첫째가 기저귀를 떼려는지, 최근 자기 전에 꼭 변기에서 볼일을 본다. 블로이는 뚜껑 개폐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버튼으로 조작하는 변기다. A/S 오신 기사님이 뚜껑 닫는 것만 수동으로 바꿔주셨는데, 아이가 뚜껑을 수동으로 열면 뭔가 고장 날 것처럼 뻑뻑하게 움직인다. 그런 주제에 리모컨이 거치대에서 너무 잘 떨어지게 만들어놔서, 아이가 조금만 힘을 줘서 버튼을 누르면 리모컨이 바닥에 와장창‥ 결국 1번 A/S 받고 교체했다.
변기에 있는 물 내림 버튼도 전기로 동작해서, 정전 됐을 때 임시 배터리가 방전되면 물도 내릴 수 없다. 여러 의미로 불안한 마음으로 쓰고 있다. 다음엔 그냥 저렴하고 평범한 변기를 설치하리라‥
4) 환풍기
아이가 감기에 덜 걸리게 하려면, 온풍 기능이 있는 환풍기를 추천한다.
나는 힘펠의 휴젠뜨 2.5를 쓰고 있다. 욕실이 따뜻하니 샤워하다 물을 잠시 멈춰야 할 때나 물기를 말릴 때 안심이다. 둘째가 감기로 칭얼댈 때 온풍이 직접 내려오는 곳으로 데려가자 진정되어 어찌나 고마웠던지.
1) 아기부터 성인까지
마음에 꼭 드는 아기 전용 가구가 있는 게 아니라면, 어른이 되어도 쓸 수 있는 가구를 추천한다. 아이가 자라서 어떤 취향을 가져도 대응하기 쉽도록 심플한 디자인의 모노톤/우드 가구를 추천한다. 패브릭이나 소품으로 색감과 디자인을 더하기 쉬워진다.
2) 묵직한 서랍장
아이는 0~1세 사이 몇 개월 정도 서랍장을 여닫는 데 재미를 붙인다. 여는 것이 위험하면 열림 방지 장치를 쓰면 되지만, 빠르게 닫혀서 손가락이 다치는 일만 막고 싶다면 묵직한 서랍장을 쓰는 걸 추천한다.
3) 선반
아이 손에 닿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선반으로 높은 곳에 수납하면, 아이들이 집 안을 누벼도 신경 쓰이지 않아서 좋다.
4) 모서리 보호
가구 모서리에 아이가 부딪치면 피부가 찢어지기 쉽다. 위험해 보이는 곳은 코너형, 직선형 보호대를 붙여 위험을 줄이는 게 좋다.
5) 숫자가 잘 보이는 아날로그시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초등학생 5명 중 4명은 아날로그시계를 읽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 읽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집에 있으면 따로 공부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익히지 않을까 싶다.
1) 절전 콘센트
*우리 동네 전기도매상 기준
일반 2구 콘센트는 2200원
절전 2구 콘센트는 11000원
우리 집은 인덕션을 쓰고, 식기 세척기와 로봇 청소기를 매일 돌린다. 출산가구 전기료 감면이 월평균 9천 원인 것을 감안해도 다른 집 대비 전기료가 4000원 정도 적게 나온다. 냉장고가 작긴 하지만 각종 전자기기를 돌리기 때문에, 절전 콘센트가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신생아인 둘째를 기르며 절전 콘센트가 전기료만 아껴주는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아이는 기고 서기 시작하면 콘센트를 만진다. 첫째 땐 콘센트 마개 쓰기 귀찮아서 감전될까 봐 항상 예의주시했는데, 둘째 땐 절전 콘센트를 쓰니 걱정 없다.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면 전기 공사를 계획할 때, 잠깐 쓰는 가전제품 옆에 절전 콘센트를 추천한다. 인테리어 공사 없이 쓰던 콘센트를 바꾸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일반 콘센트와 가격 차이가 5배 나기 때문에, 밥솥, 전자레인지, 드라이기, 청소기 등 잠깐 쓰는 가전제품이나 아이 동선에만 설치해도 좋겠다.
2) 공기질 측정기
아이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를 줄이고 싶다면, 공기질 측정기를 추천한다. 집에 설치할 수 있는 다양한 공조 설비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동 환기 + 공기질 측정기 조합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집에 유해물질이 많다고 측정치가 빨갛게 표시되는 것을 보면 엔간해선 창문을 열게 될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를 끝내고 입주했을 때, 일주일 동안 베이크아웃을 해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측정 가능 범위를 초과할 만큼 치솟았다. 춥지 않을 땐 미세먼지, 꽃가루가 심하지 않으면 대부분 창문을 열어 두고 지냈다. 덕분에 요즘 한파라서 3~4일 환기를 하지 않아도 VOCs가 위험 수치까지 오르진 않는다.
새집증후군을 걱정했지만 공기질을 관리한 덕분인지 출생 5개월 만에 새집에서 살게 된 둘째와 2살 넘긴 첫째 모두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없이 크고 있다. 집단생활을 해서 한 두 달 간격으로 콧물 기침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