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공사 기본기와 비용 절약법, 전기도면 그리는 법
전기 배선은 조명과 콘센트의 위치를 정하고 전기사용량을 조정하는 중요한 공사다. 전기 배선 전에 가전·가구 배치를 끝내야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반셀프 인테리어할 때 준비할 게 많은 단계이기도 하다. 전기 공사의 기본기와 비용 아끼는 법, 전기도면 비교적 쉽게 그리는 법을 정리했다.
1) 시공 횟수
전기팀은 공사 초반과 후반에 각각 1번씩 총 2회 시공 일정을 잡는다. 초반엔 이 글의 주제인 '배선' 작업을 하고, 후반엔 따로 정리할 '조명'작업을 한다. 배선은 목공 전에, 조명은 도배와 가구 끝나고 하는 것이 좋다.
2) 소요 시간
33평 기준으로 배선에 1~2일, 조명은 1일 걸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은 확장형 24평으로 배선에 1.5일, 조명에 1일 걸렸다.
3) 비용
배선은 한 사람이 전기선을 집어넣고 다른 한 사람이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로운 위치에 조명, 콘센트를 추가하고 싶다면 인건비만 최소 2품을 예상하자. 비용이 좀 들어도 전기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 힘들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마음 편하고 안전하다. 그 외엔 자재비, 주유비, 장비대, 식대를 지불한다.
난 반셀프 전기 공사를 1번 해봤다. 신혼집은 공사할 게 별로 없어서, 기사님이 "현장에 도와주실 수 있는 분 계세요?" 묻고 혼자 오셨다. 새 집은 공사할 게 많아서 첫째 날 4분이 종일, 둘째 날 2분이 반나절 작업하셨다.
#2024년 2월 전기 배선 공사비 (총 217.5만 원)
품비: 132.5만 원 (책임자 2.5품, 전공 1.5품, 조공 1품)
주유비: 5만 원
장비대: 10만 원
식대: 7.5만 원
잡자재비: 62.5만 원
4) 분전함 (전기용량)
가정용 차단기의 수명은 건조하고 먼지가 없는 상태에서 10~15년이라고 한다. 차단기가 잘 동작하지 않으면 화재가 날 수 있으므로, 구축 주택이라면 분전함을 전체적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 인덕션이나 시스템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선을 따로 빼야 할 수도 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면 전기팀에 상담하고 시공 여부를 결정하자.
5) 전기 연결
일반적인 주택은 병렬 배선이라, 이론상으론 허용된 전기용량만큼 콘센트와 조명을 늘릴 수 있다. 선을 끌어오거나 연장하면 위치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예산제약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우선순위대로 미리 정리해 놓고, 전기팀에 견적을 상담하자. "두 분이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공사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하는 식으로.
전기공사를 꼭 해야 할까? 집 상태를 보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 인덕션을 사용하고 싶은데 부엌에 전용 전기선이 없는가?
- 시스템 에어컨을 신규 설치했는데 전기선 따로 빼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가?
- 사용할 가전제품에 비해 콘센트가 부족하지만 멀티탭을 쓰는 건 싫은가?
- 내가 원하는 곳에 콘센트가 없는데 멀티탭 연결하기 애매한 위치인가?
- 랜선 콘센트 위치를 바꾸고 싶은가?
- 조명을 늘리고 제어할 스위치도 따로 만들고 싶은가?
하나라도 Yes라면, 전기공사를 하는 게 좋다. 예산이 빠듯할 땐 ① 분전함 교체 ② 조명 배선 ③ 콘센트 배선 ④ 랜선 배선 순으로 우선순위를 잡자. 분전함은 대체제가 없어 1순위다. 조명은 주변에서 선을 끌어올 수 있는데 난도가 있고 많은 조명 작업하긴 복잡해서 2순위, 콘센트는 멀티탭을 깔끔하게 연결하는 대안이 있어 3순위다. 랜선은 속도에 예민하지 않다면 무선 WiFi 쓰면 된다.
공간에 선이 너무 많으면 눈이 피곤하다. 기왕 전기 배선공사를 할 거라면, 조명과 콘센트 위치를 꼼꼼히 계획하여 전기선의 존재감을 줄이자. 조명은 뉴빌드TV에서 공간별 도면 그리는 법을 잘 설명했으니 참고하자. 나는 Google Slides로 전기도면을 만들었는데, 복잡한 툴에 익숙하지 않거나 무료 툴을 찾고 계신 분은 이 링크에서 쉽게 만드실 수 있게 정리했으니 활용해 보셔도 좋겠다.
1) 전기 콘센트
전기 콘센트는 다다익선이라 하니, 거슬리지 않다면 기존 것은 유지하고 새 콘센트를 만들자.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일반 2구 콘센트를 시공해 준다. 1구, 4구 콘센트, 절전 콘센트 등 다른 스펙을 원한다면 미리 전기팀에 요청하자. 인덕션 전용선도 잊지 않게 따로 표시해 주면 좋다.
나는 유선 청소기, 드라이기, 밥솥, 전자레인지처럼 잠깐 사용하는 가전에 절전 콘센트를 쓰고 있다. 아직 고지서 1번 받아서 추적관찰 해야겠지만 전기계량값이 1300 줄었다. 참고로 우리 동네 전기도매상 기준 일반 2구 콘센트는 2200원, 절전 2구 콘센트는 11000원이다.
2) 랜선 콘센트
랜선은 무작정 늘릴 수는 없고, 통신단자함에 연결된 선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베란다를 PC 2대 쓰는 작업실로 개조했는데, 안방과 거실의 랜선을 끌어와 2개의 랜선 콘센트를 매립했다.
3) 화재감지기
행위허가를 받았다면 사용검사할 때 화재감지기 증빙을 해야 한다. 베란다를 확장한 집이라면, 원래 베란다가 있던 자리에 화재감지기를 1개 더 설치해야 사용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 전기시공비를 아끼려면 건전지 타입을 사용해도 된다.
4) 조명
간접조명, 실링 라이트, 다운라이트 등 종류별로 어디에 몇 개를 설치할 것인지 표시하자. 스위치가 너무 많아지는 게 싫다면, 어떤 조명들을 묶어 스위치 하나로 켜고 끄고 싶은 지 정하여 전기팀에 전달하자.
5) 스피커
공동주택엔 관리실 방송이 나오는 스피커가 있는데, 원한다면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
1) 베란다에 콘센트 만들기
내가 인테리어 전체 리모델링을 결심한 계기는 베란다를 작업실로 개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도 베란다 창고 안에 콘센트가 1개 있어 멀티탭 연결하면 컴퓨터 쓸 순 있었겠지만, 단열 때문에 어차피 벽에 목공사를 해야 해서 전선과 랜선을 끌어와 다 매립했다.
2) 절전 콘센트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이 생각보다 커서 코드를 빼두는 편이다. 하지만 코드를 꼈다 뺐다 하는 게 무척 귀찮아서 절전 콘센트를 설치했다. 나는 절전 콘센트가 따로 있는지 늦게 알아서 나중에 교체했다. 전기료 아끼고 싶은 분은 처음부터 절전 콘센트를 설치하시면 좋겠다. 무척 편하고 절전 멀티탭보다 깔끔해서 추천한다.
3) 가리지 못한 공유기 선
나는 공유기 위치를 미리 정하지 못해서 인테리어 공사 다 해놓고도 전선 쫄대를 썼다. 지금도 공유기를 볼 때마다 '전기랑 인터넷 콘센트를 위로 올리고 KT WiFi 6D를 썼다면 정말 깔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4) 각종 선 상태 보존하기
신혼집은 각종 선의 상태가 좋지 않은 구축이었다. 선은 마구 튀어나온 인터폰은 동작하지 않았고, 관리사무소 방송 스피커가 없는데 도배를 뜯어야 위치를 알 수 있고, 동작하지 않는 콘센트가 있고, 매립되지 않은 TV선이 흉하게 뻗쳐있었다. 이것저것 고칠 때마다 혹시 선에 문제가 있어 벽을 뜯어야 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했다.
새 집을 인테리어 할 땐, 이 경험을 살려 쓰지 않는 선의 상태를 잘 보존했다. 가린 콘센트는 다음 거주자가 위치를 알 수 있게 사진을 꼼꼼히 찍어뒀다. 평생 살 집이 아니라면 선을 망가뜨리거나 없애진 말자. 훗날 복구하는 데 큰 비용을 써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