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시공방식 별 비용과 공간별 페인트 시공팁
페인트는 자재에 칠해서 색이나 질감을 부여하거나 보호하는 도료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 땐 어디에 페인트를 칠할 지 정하고, 페인트를 고르고, 예산에 맞춰 시공방식을 택하고, 시공팀을 섭외해야 한다. 페인트 관련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정리했다.
1) 선의 최소화
면적에 상관없이 분절선 없는 깔끔한 면을 만들 수 있다. 덕분에 큰 공간은 더 크게, 작은 공간은 더 넓어 보인다. 벽에 페인트를 칠하면 문선과 몰딩도 필요 없어, 공간의 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2) 표현 자유도
형태에 상관없이 칠할 수 있고, 섞어서 무한한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광과 질감의 선택폭도 넓다. 광도가 적을수록 공간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져서, 주거공간엔 무광 페인트를 추천한다.
3) 셀프 유지보수
작은 흠집은 사포로 문지르고 페인트를 덧칠해서 쉽게 가릴 수 있다. 페인트의 광이 적을수록 새로 칠한 곳이 티 나지 않는다.
4) 부가기능
방수나 결로방지 등 부가기능이 있는 페인트도 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면 욕실이나 외벽에 방수 페인트가 필요한 곳이 있을지, 다용도실과 베란다에 결로방지 페인트를 새로 칠할지 정하자.
5) 높은 밑작업 비용
밑작업 없이 기존 집에 페인트를 덧칠하는 단순 작업은 비용이 높지 않다. 하지만 페인트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간의 선을 줄이고, 크랙을 줄이기 위해 분절선을 넣는 등 페인트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려면 목공과 퍼티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밑작업이 필요하다.
유지보수를 위한 밑작업 비용도 있다. 일단 스크래치와 오염에 강한 페인트 자재가 비싸다. 벤자민 무어의 '스커프 X', 던 에드워드의 '익스퀴짓', 발페인트의 'V55' 모두 몇십만 원 한다.
1) 완벽지향
비용이 많이 들지만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공간의 선을 줄이기 위해 문틀, 몰딩 같은 어수선한 요소는 모두 철거한다. 목공으로 천장과 벽의 수직을 맞춘 다음, 이음매를 테이핑 하고, 벽 전체에 퍼티를 올리고, 샌딩 해서 페인트칠할 바탕을 만든다. 페인트는 고르게 분사하는 장비로 뿜칠 한다. 울퉁불퉁하거나 티끌이 생기면 추가 비용을 내고 제거한다.
페인트 인테리어를 제대로 하려면 도배보다 2.5~5배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30평대 기준 약 600~1,000만 원 차이다.
2) 공용부만 페인트
거실과 부엌 등 공용부는 페인트, 방은 벽지로 시공하면 시공비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
3) 줄퍼티
목공 후 퍼티 할 때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퍼티를 면 전체에 채우는 것을 '올퍼티', 접합 부분만 채우는 것을 '줄퍼티'라고 한다. 줄퍼티는 퍼티가 있는 곳과 아닌 곳의 질감과 높이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가 거슬리지 않을 것 같다면 올퍼티를 포기하고 비용을 줄이자.
줄퍼티에 3일 걸리면 올퍼티는 5~7일 이라니, 면적에 따라 100 ~ 300만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4) 반셀프 덧칠
기존 공간에 페인트 시공팀에 부탁하여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이다.
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는 집이라면, 몰딩과 벽지에 페인트를 덧대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벽지 종류와 상태에 따라 벽지 제거, 퍼티, 젯소 등 필요한 밑작업이 달라진다. 젯소작업이 필요하다면, 젯소 없이 칠할 수 있는 페인트도 있으니 어디에 투자할지 선택하면 된다. 시공을 확정하기 전에 상담하고 결정하자.
반셀프 덧칠 비용은 페인트 자재비 + 페인트공 인건비만 계산하면 된다. 내가 2024년 2월 숨고에서 받은 인건비 견적은 20~27만 원이었다.
5) 셀프 덧칠
기존 공간에 직접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이다.
말리고 칠하는 걸 반복해야 해서, 시간 여유가 있고 내 손으로 직접 공간을 만든 뿌듯함을 느끼면서 비용도 절약하고 싶다면 강력추천한다. 몰딩, 가구, 문, 벽은 물론이고, 타일용 페인트로 타일의 색과 무늬도 바꿀 수 있다. 욕실 시공비가 높은데 타일을 페인팅하고 도기만 바꾸면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밑작업한 면에 페인트 덧칠하는 건 쉬운 편이라서, 첫 페인트칠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중에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땐 직접 칠하는 것도 추천한다.
셀프 덧칠 비용은 자재비 + 내 노동력만 계산하면 된다.
1) 단기 거주공간
벽지, 타일의 상태는 괜찮은데 무늬와 색이 싫다면 페인트 덧칠로 분위기를 바꾸자. 단, 단기 거주 후 매매나 전월세 내줄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도배를 하는 게 좋다. 페인트칠한 벽에 도배하려면 부직포를 덧대는 등 추가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매매할 땐 페인트를 꺼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전월세 계약 갱신할 땐 도배비보다 페인트비가 많이 들 수 있다.
2) 장기 거주공간
5년 이상 거주하고 예산도 충분하다면, 목공으로 면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페인트 인테리어를 하면 주거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페인트 종류와 주거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5년 동안 덧칠 안 해도 새집 같은 공간에서 살 수 있다.
3) 외벽과 접한 공간
베란다나 다용도실 등 외벽부엔, 습기를 머금었다 천천히 방출해서 결로와 곰팡이를 줄이는 특수 페인트를 추천한다. 고무와 아크릴이 들어간 탄성코트, 에어로겔 페인트, 규조토 페인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물을 많이 쓰는 공간엔 탄성코트가 적합하지 않으니 쓰임새에 따라 결정하자.
4) 적당한 온도의 공간
페인팅 작업 시 가장 좋은 온도는 5℃에서 35℃라고 한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페인트 부착력이 떨어지니, 겨울이나 여름에 페인트칠하는 것은 주의하는 게 좋다. 외벽부가 추울 정도의 고층이라면, 단열하고 페인팅하는 것을 추천한다.
5) 오염과 파임이 싫은 공간
페인트, 합지도배 모두 오래 사용하면 변색과 오염이 생긴다. 특히 페인트는 자재 특성상 실력 좋은 분들이 시공해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갈라질 수 있다. 이를 피하고 싶은 공간에는, 페인트 질감의 실크벽지나 필름이 진짜 페인트보다 나을 수 있다.
나는 신혼집의 안방과 작업방에 셀프 페인팅을 했다. 비용은 총 40만 원 정도 썼다. 2번째 집은 육아하느라 반셀프로 인테리어 했는데, 페인트는 시공비가 너무 높았다. 탄성만 업체에 부탁하고 다른 곳은 도배와 필름으로 마감했다.
1) 벽지 뜯고 올퍼티 페인팅 vs 벽지 위 페인팅
신혼집을 구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셀프 페인팅을 하기로 했다. 오래된 집이라 벽에 벽지가 몇 겹으로 두껍게 쌓여있고, 벽지 안쪽에 결로나 곰팡이도 각오했다. 처음엔 모든 벽의 벽지를 뜯고 페인트칠하고 싶었는데, 어째 뜯어말리는 후기가 많았다.
얼마나 힘든지 알아보기 위해 안방 1개 면의 벽지를 뜯어봤다. 진짜 잘 안 뜯어지더라. 셀프로 하기엔 힘들다는 결론을 빠르게 내고, 이 1면만 퍼티하고 나머지는 그냥 벽지 위에 페인트를 칠했다.
그 결과가 위 사진이다. 사진으론 잘 표현되지 않지만, 올퍼티 한 페인트 벽은 달걀안쪽처럼 매끄럽다. 나머지 면은 가까이서 보면 원래 있던 벽지 결이 보인다. 하지만 3년 넘게 살면서 눈에 거슬리진 않았다. 나와 남편이 시각적으로 섬세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2) 페인트 색 정하기
페인트 색을 정할 땐 ROOM PLANNER로 어플로 시뮬레이션했다. 2020년엔 가장 쓰기 편한 어플이었는데, 지금은 더 좋은 앱이 많이 나왔을 것 같다. 올화이트 인테리어가 유행이지만, 페인트칠을 하려니 다양한 색을 써보고 싶어 져서 안방엔 녹색, 작업실엔 노란색을 칠했다. 녹색은 보는 내내 질리지 않았고, 노란색은 시간이 지나니 때가 타는 게 눈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