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계획에 유용한 최소한의 실리콘 이야기
실리콘은 건축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마감재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 땐 ① 어디에 ② 어떤 종류의 ③ 어떤 색 실리콘을 쓸지 정해야 한다. 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1) 턴키 시공
다음 공정은 시공팀의 작업 범위에 실리콘 마감이 포함된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따로 실리콘 마감을 챙기지 않아도 괜찮다.
- 창호
- 에어컨
- 도기
- 가구
- 싱크대 상판
- 중문
무거운 것을 고정하는 공정이라 접착 기능이 우수한 실리콘을 사용한다. 그래야 업체도 A/S 대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시공팀의 전문성에 불신이 생겼다면, 안전을 위해 마감용 실리콘의 품번과 접착력을 확인하는 게 좋다.
2) 셀프/반셀프 시공
#글쓴이 실결제비용 (2024년 4월)
집 전체 실리콘 마감비: 28만 원 (반나절 미만)
실리콘 셀프 시공용 도구세트: 8,240원
실리콘 셀프 시공용 아덱스 실리콘 아이보리색: 1만 원
다음 위치는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직접 실리콘 마감을 챙겨야 한다. 셀프 시공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빠르고 깔끔하고 편하다.
- 몰딩 인테리어의 몰딩과 벽/바닥 사이
- 무몰딩 인테리어의 마루와 벽 사이
- 욕실 벽 모서리
- 욕실 타일과 도기/젠다이/파티션 사이
- 기타 마감재 사이가 어색하거나 방수가 필요한 곳
내 경우 이사 전에 실리콘 전체 시공을 전문가에게 맡겼다. 하지만 욕실 젠다이 교체받은 게 이사 후에 도착해서, 젠다이와 욕실벽 사이를 실리콘으로 추가 마감해야 했다. 숨고 견적이 최저 7만 원이라, 2만 원에 재료랑 도구 사서 셀프시공했다. 곡선 처리가 어려웠지만 다행히 눈에 거슬리는 것 없이 잘 쓰고 있다.
3) 하자 보수
하자가 생기면 실리콘을 재시공할 수 있다. 칼로 긁어 제거하고 다시 쏘면 된다.
입주하고 첫겨울이 오면, 건조하고 실내외 온도차이가 커져서 하자가 쉽게 생긴다. 특히 마루나 벽이 수축팽창하면 영향받기 쉬운 것이, 얇게 시공한 실리콘이다. 거주한 지 오래되면, 실리콘이 누렇게 변하거나 습한 곳에선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실리콘은 다른 자재의 하자도 보완한다. 갈라진 틈을 메우거나, 떨어진 것을 단단히 고정하거나. 집을 유지보수할 때 잘 활용하자.
4) 실리콘 마감 대체제
다이소 곰팡이 커버 테이프: 2천 원
실리콘 마감이 필요한데 이것 때문에 재료를 사거나 시공을 부르기 아깝다면? 만능 방수테이프로 마감할 수 있다.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주의하고, 오염되면 떼고 다시 붙이면 된다. 하지만 실리콘보다 투박해 보이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추천한다.
실리콘은 용도와 특성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직접 구매하고 싶다면 종류 선택 가이드를 보고 목적에 맞는 것을 고르자. 매장에서 고른다면 생산한 지 1년 미만의 제품을 추천한다.
업체에 맡길 경우 기사님마다 들고 다니는 실리콘이 다르기 때문에, 색과 품질을 직접 정하고 싶다면 시공만 부탁하는 걸 추천한다. 견적 받을 때부터 자재비와 시공비를 따로 요청하면, 견적을 비교하거나 금액을 조정할 때 편하다.
실리콘 색을 주변 자재 색상에 맞춰 최대한 얇게 시공하면, 인테리어 마감이 무척 고급스러워진다.
문제는 실리콘 색을 제품설명만 보고 고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같은 흰색이어도 제조사마다 톤과 광택이 다르고, 실리콘이 굳기 전후 색도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종로의 대형 실리콘 전문점에 가서 개봉된 실리콘의 자투리 조각을 받아 비교한다는데,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일반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실리콘 색상표가 전시된 매장에 자재 샘플을 들고 가서 대보거나, 실리콘 색상표를 구해서 자재에 대보는 것이다. 색상표를 구하기 어렵다면 실리콘 기사님께 추천을 받거나, 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내가 시공한 자재 이름 + 실리콘'으로 검색해서 후기를 찾아보자.
광택이 없는 실리콘을 찾는다면 비초산 실리콘을 추천한다. 피해야 할 것은 반투명 실리콘이다. 처음엔 예쁘지만 금방 누렇게 변한다고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는 다양한 브랜드의 실리콘을 직접 짜서 조색표를 만들기도 한다. 디자인 때문에 턴키 계약을 한다면, 이런 데서 마감 퀄리티에 진심인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 화이트
방엔 '한살림 쉼가득 no.9001'로 도배하고 '구정마루 그랜드 얼바인' 마루를 깔았다. 그 사이 흰색 걸레받이를 대고 위아래에 흰색 실리콘을 쐈다. 실리콘이 눈에 띄지 않아서 괜찮은 조합인 것 같다.
실리콘 기사님께 제품명은 물어보지 않았다. 시공 직후엔 새하얀 흰색이었던 것 같은데,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좀 노랗다. 로봇청소기에 의존하다 보니 걸레받이 위는 닦은 적이 없다. 부끄럽지만 이 글을 쓰며 처음 닦았는데, 닦기 전보다 약간 하얘졌다.
2) 아덱스 SN+ 아이보리
욕실 벽에 이모션 화이트 타일을 시공하고, 타일과 만나는 라인에 아덱스 SN+ 아이보리 실리콘을 쐈다.
시공 직후엔 광때문에 실리콘 존재감이 과하게 느껴졌다. 기사님께 화이트로 바꾸는 게 나을지 여쭤봤는데, 뜯어말리셨다. 지금은 말려준 기사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화이트 실리콘을 썼다면 실리콘의 바깥선이 강조되어 눈에 거슬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