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거리감을 지나 설레는 봄으로
봄이 왔나 보다.
다르다. 정말 다르다.
어느 순간 계절은 봄을 알리고 있다.
유리창에 스며드는 노란빛이 겨울의 희멀건한 태양과는 또 다르다.
드디어 봄이 오려나 보다.
코끝에서 스치는 바람이 아무리 차도 그 끝에 희망이 느껴진다.
긴긴 겨울이 영영 끝날 거 같지 않았는데, 어느새 2월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정원, 뜻밖의 여정>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왜 이 글을 가을에 쓰기 시작했을까 조금 후회했다.
사실 빨리,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정원의 이야기.
이 초록의 기쁨을 빨리, 나누고 싶었더랬다. 그 조급함 때문에
맺음의 계절에 시작하고만 정원사의 이야기.
정원사니까, 춥디 추운 겨울에도 초록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무리 춥더라도 그저 이야기하고 싶었던 나의 정원.
아직 봄이라 말하기라 이르지만, 겨울도 아닌,
늦겨울과 초봄의 사이, 마디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정원사에게 있어 사유의 시간이 주어진다.
손으로는 마른풀을 걷어 내고 죽은 가지를 잘라낸다.
묵었던 감정을 정리하는 손길은 부지런하다.
겨울은 다정한 거리감을 배우는 시간이다.
때로는 적절한 거리감이 있어야 관계는 안정적이다.
지나치게 열정을 쏟으면 오히려 식물은 살아내지 못한다.
따듯하지만 지나치게 다가가지 않는 마음.
서로의 시련을 이겨내면 봄이 온다.
봄이 오면 정원사는 정원에서 연둣빛 희망을 마주할 수 있다.
소원했던 둘은 다시 온기로 채워진다.
봄이니까, 온기로 채운다.
작은 대화와 소소한 행복.
그저 하루를 예쁘게 살아낼 수 있는 봄이 온다.
그 희망은 정원사가 오늘의 찬 바람을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아, 봄은 이미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추위에 옅어졌던 희망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채워진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관계, 그리고 새로운 식물들은
저마다의 그리움을 담고 다시 올 것이다.
아니, 만나러 갈 것이다.
봄이니까.
*본문 원문은 공모전 확정으로 일부만 남기고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