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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잡초 뽑기

번외. 고양이의 낮잠

by 인생정원사

고양이도 정원에서 낮잠을 잡니다 고양이도 정원에 낮잠을 잡니다



그리움이란 자그마한 여백이다. 문을 열어두고, 기다림을 배우는 것이다.

정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닫힌 타인의 경계에 애써 두드리지 말자.

열린 나의 정원의 손님을 반겨보자.


인간관계란 가지치기 같아. 사람사이도 똑같지.

관계란 말이야 상호적인 거니까.

나 혼자 다 끓어 안고 살다 간 결국 지칠 거야.


심란한 마음, 기쁜 마음, 지친 마음을 모두 안고 정원을 돌보았다.

잡초를 조금만 뽑아도 정원은 달라진다.

잡초를 뽑으며 마음의 묵은 찌꺼기도 뽑아낸다.

상대를 이해를 하거나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뽑아내고 비워내고 그리고 놓아둔다.


이상은 언제나 높지. 현실은 그러지 않고. 그 간극에서 마음의 잡초가 자란다.

마음의 잡초가 너무 크게 자라면 그 잡초에 휘둘려 무기력해지곤 한다.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정원이란 공간에서 나에게 조용히 가르침을 준다.

사람사이도 애써 닫힌 문을 두드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저 나의 문을 슬며시 열어두고 기다리는 여백이야말로 오래갈 수 있다.

지금 나의 정원처럼.






4시 반, 5시반, 6시 반까지 낮잠 자는 뚱냥이를 보며 조금 부러워진다



가까이 가면 도망갈까 싶어

나는 오래도록 바라만 보았다.

풀이 눌려 있던 그 자리에

고양이는 참으로 편안하게 누워 있다.

아, 너였구나, 너의 흔적이구나.

고양이는 이내 잠이 든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자게 둔다.

오후 4시 30분.

고양이의 낮잠이 시작되었다.




*본문 원문은 공모전 확정으로 일부만 남기고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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