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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의 책장

에필로그

by 인생정원사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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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눈


이번 주에 정원엔 눈이 내렸다. 꽃샘추위 독하기도 하지. 3월의 눈이 펑펑 내렸구나. 이제 영하로 내려가지 않을 거 같아 내놓은 율마는 괜찮을까. 그래도 남해 쪽에서는 율마는 노지월동 되는 식물이니까 아침나절 펑펑 내렸다 금세 녹아버린 눈은 괜찮겠지 싶다. 겨울이 가기 싫은 듯 꾸물거리고, 여름은 맹렬히 다가오는 이상한 계절이 되어버린 봄. 이제 찰나의 순간과도 같은 봄에 정원사는 잠시 책장을 뒤적거린다. 많지는 않지만 한 칸에 가지런히 자리 잡은 정원의 책들. 고양이도 있고 명상도 있고 말 그대로 일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헤르멘 헤세의 글이 참 좋았다. 글 속에서 정원의 사유를 알았고, 그 가치를 누렸다. 책을 읽고 있는데 흙냄새가 났고 햇빛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때부터인가 보다. 마음속에 정원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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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한편에 모아놓은 정원의 칸에는 정원만 있지 않다. 고양이도 있고 명상도 있다. 그리고 숲도 있다. 정원사의 작은 정원처럼 좋아하는 것으로 모아놓은 한 칸이다. 그중에는 선물로 받은 책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온기의 장소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인생은 주고받는 순간의 연결이니까. 꼭 정원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살아가게 해주는 장소와 시간이 있다면 누구나 또 하루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정원사에겐 그곳이 정원이었을 뿐. 온기를 나눔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축복임이 틀림없다. 다정한 거리감의 공간은 정원사에게 안식의 장소이기도 하다. 글 속에 햇살을 누리고 풀향을 맡는다. 책을 덮고 정원으로 나가면 날것의 자연이 정원사를 맞이한다. 도피가 아닌 치유의 공간에서 정원사는 마음을 다독이고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한다.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잠든 아이머리칼을 쓰다듬는 느낌이다. 상상해 본다. 이 공간에 꽃을 피우고 가꾸고 기억해 낼 그 시간들을. 글로 옮길 미래의 나날들을. 또다른 정원 이야기를 전하기 위하여 잠시 멈추고 홀로 정원 안에 머무를 정원사의 봄. 그 여정은 오롯이 정원사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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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정원





지난 늦가을에 시작했던 연재가 봄을 맞이해서 1차로 마무리되었어요. 18화를 끝으로 정기연재를 마칩니다. 지금 저는 정원이로 출발한 공부를 마무리 중에 있어요. 4월초에 수술을 앞두기도 했고요. 연재 요일을 지키지 못할 거 같아서, 완결소식과 함께 앞으로의 이야기는 비정기 연재로 바꿈을 알려드립니다.  *4월 말까지는 비정기 연재로 정원의 소식 나누면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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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원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언젠가 정원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 제 오랜 꿈이었어요. 당시 사정을 생각하면 좀 터무니없었을 텐데, 오래도록 생각하면 꿈은 이뤄지나 봅니다. 3평의 정원에서 늦가을에서 초봄까지의 시간에 지난 정원의 기억을 이렇게 글로 옮겨내었네요. 다가오는 봄의 정원의 모습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발길이 닿음에 따라 또 적어갈 겁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하루하루의 살아감을 정원에 담았습니다. 깊은 마음속 은유를 정원에서의 사유로 담았지요. 그래서 저에겐 정말 소중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이제 책과 글을 잠시 덮고 흙을 만지고 풀향으로 영혼을 충전하고 뵐게요.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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