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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층의 정원에서 살아요

번외_정원사의 분주한 봄날

by 인생정원사


어느새 수선화 꽃은 활짝 피었다. 우리는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다.


울타리 없는 정원에서 산책과 가드닝의 경계에서 하루를 보낸다.

가끔 고양이가 놀러와 물 한대접 대접하기도 한다.

가꾼다는 것은 때로는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촘촘히 심으면 손길이 분주해야 한다.

봄은 그래서 정원사가 분주해질수 밖에 없다.



정원사와 꼬마 가드너는 여전히 긴 겨울의 끝에서 봄을 기다린다.

세상은 때로는 차갑고 무정하여 낯설고 두렵다.

높은 담장안에서 우리만의 다정함으로 사는게 때로는 편하다.

울타리 밖에선 당연한 것도 당연해지지 않는다.

허들은 곳곳에 존재하여 가끔 넘어진다. 허들은 때로는 시선이다.

다르다, 도와준다, 낯설다, 무섭다.

장애의 첫인상은 그런것일까?




꼬마가드너의 까치집 머리위에 봄 햇살이 내려 앉는다.

아이가 갖고 태어난 느린 시계는 우리 삶을 느리게 흐르게 한다.


낯모르는 윗집에서 던진 쓰레기를 모아 치워야 하는 것은 아름답진 않다.

간혹 화분이 떨어져 깨진 조각에 상처입기도 한다.


세상과 집의 경계 위에 있는 정원은 상처를 치유하는 곳이자,

지친 몸을 달래는 휴식이며, 나가기 전 숨을 고르는 공간.

그것이 아파트 1층 정원이 가진 의미이다.

아이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곧 정원이다.


*본문 원문은 공모전 확정으로 일부만 남기고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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