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뜻밖의 여정> 연재기간동안 <나의 슬픔을 읽어줘>는 휴재합니다
대신하여 짧은 글을 기록합니다.
자유는 한정적이다.
엄마는 애써 다른 이의 손을 빌려 시간을 만든다. 릴레이를 만들어 글쓰고 그림 그리는 짬을 만든다. 빼곡이 짜여진 시간표는 위태롭다. 정원이 아빠, 활동지원사, 치료사 그리고 학교. 아이는 바톤터치하듯 옮겨진다. 엄마는 아이의 컨디션을 세밀히 관찰하고 공들여 조절한다.
개인의 연대는 한없이 유약하다. 연대의 릴레이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것을 소모하게 한다. 어느 하나 삐긋하면 빈 자리는 엄마가 채워야 한다. 릴레이가 끊어지는 게 싫어 무리를 한다.
괜찮아요, 내가 있으니까. 내가 하면 돼.
토막토막 잘라진 시간 위에서 글을 쓰고 아이를 가르친다. 엄마의 자유ㅡ그림을 그릴 공간, 글을 쓸 시간, 그리고 병원에 갈 체력이 하나씩 사라진다. 통증은 스멀스멀 올라와 모든것을 삼켜버린다. 몸과 마음이 잠긴다. 애써 쌓아왔던 탑은 또 무너져내린다. 다시 세계는 좁아진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나았을텐데.
그랬다면 아프진 않겠지.
글을 쓰는게 나를 자유롭게 했는데,
책으로 나오니 조금 갇혀있는 기분이다.
정원이는 지금 다른 문제로 또 고비를 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제법 다치기도 한다. 방금도 장난친다고 뭘 던져서 얼굴에 맞았다. 아주 오래전에는 놀아주다 눈썹에 안경이 박힌 것도 있다. 내 몸은 긁히고 물린 흉터가 많다.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가 도드라진다. 입술에 피가 맺혀 있다.
아름다운 단어로 삶을 써내려가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아빠도 지원사도 치료사도 다들 갈 곳이 있다. 두어시간 맡기려면 공을 들여 조절을 가르처야 한다. 난 그들이 남긴 자리를 모두 채워야 한다. 바르게, 잘 키워야 한다.
나의 자리는 정원이 곁이다. 잠시잠깐의 휴식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당연한 내 안의 사랑은 내 자리가 여기라 한다. 알고 있다.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 건 오로지 정원이 때문이니까. 아, 사랑이 닳아 없어질까봐 두려운 마음을 사람들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