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3월 (1)

은유의 숲

by 인생정원사 선우
그림. 선우



은유의 숲에서는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보호막이 한겹 씌어져 있다. 그 안에서 보는 세상은 마치 돋보기처럼 확대되고 느리게 흐른다. 운전하는 전면유리의 먼지가 세세히 느껴진다. 흐릿한 산은 하나의 선일 뿐이었는데 문득 수백그루의 나무로 이루어져 있단 것을 깨닫는다. 나는 창문을 내려 바람을 느낀다. 나무가 흔들리고 차장의 모든 물체가 하나의 줄기가 된다. 바람에 나무의 잎이 흔들린다. 보일리가 없는데. 온 세상의 풍경이 제각기의 돋보기를 대고 나를 들여다 본다. 그 모든 감각은 해일처럼 기어코 감정을 밀어내버린다.


나는 은유의 숲에서 숨죽여 기다린다. 균열의 순간을. 가늘게 찢어진 틈은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약해진 순간 틈은 가늘고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마음을 헤집는다. 어린아이의 손톱에 베인 것처럼 붉고 선명한 피가 맺힌다. 틈에서 기억이 물밀듯 흘러나오고 세상은 다시 원근의 제자리를 찾는다. 모호하지만 안전한 그런 것. 그러나 둔탁한 상처는 아무는 속도가 늦다.


겨울의 태풍에 뜯겨진 마음을 다시 꿰매본다. 자국은 남겠지만 아픔은 옅어진다. 마음은 고요하지만 격렬한 겨울에서 살아남아 연둣빛 여린 싹을 틔운다. 봄을 맞이하는 과정은 완벽하지 않다. 영원이라 믿었던 지난 봄의 온기도 어느새 옅은 흔적만 새기고 서서히 과거로 스며든다. 앞으로 맞이할 봄은 이전과 전혀 다르리란 예감이다. 난 은유의 숲에 웅크려 다시 혼자가 된다. 고독이야말로 자신에게 친절한 순간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