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3월 (3)

오후 5시의 도로

by 인생정원사 선우


그림. 선우





3월의 나무는 겨울을 닮아있다. 온전히 벗은 몸을 드러낸 하얀 가지들은 깨끗하게 발라진 생선가시와 같다. 창백한 가지가 물드는 시간은 오후 5시. 서쪽으로 향하는 길은 황금빛으로 채워져 있다. 매일 같은 길을 달려도 하늘은 늘 다르다. 노을은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빛나는 시간은 내 것이 아니다. 닿지 못할 오늘을 향해 나는 끝없이 달린다. 봄의 나무 끝에는 연둣빛 잎눈이 싹을 틔울 것이다. 촘촘한 검은 가지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 곧 집에 도착할 시간. 해는 붉게 물든 얼굴을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한다. 어스름의 시간이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


세상이 어두워지면 잘려진 나뭇가지에 상처입어도 볼 수 없다. 영원과 같은 밤이 세상을 덮으니까. 잠시 숨을 고른다. 뻐근한 발을 어둠에 담가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한다. 이내 희미한 빛에 눈을 뜬다. 새벽이다. 몸을 일으켜 다시 달려야 할 시간. 운동화를 고쳐매고 머리를 질끈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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