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유, 써야만 하는 이유 (1)
“기다려!“
“가자.”
“이리 와.”
느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단문으로 말해야 될 때가 많다. 아이가 복잡한 문장을 알아듣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말을 뱉는 대로 생각은 굳어져 갔다. 글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잊어버렸다. 20대 후반, 대학강단에서 강의를 하던 나를 잊어버리고만 것이다. 아니, 잊어버려야만 했다. 그저 흐르는대로 살았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 무력감에 젖어 살 땐 그저 흘러가는 카톡대화가 편했다. 휘발성이 강하니까.
1년 전 사이버대에 편입하여 토론 수업을 하는데 여실히 느꼈다. 간단한 단어조차 생각이 나지 않아 어버버 거렸다.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는 자신을 그제야 눈치챈 것이다. 아, 정말 말하기도 글쓰기도 근육이 굳어버렸구나.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을 배우고 기록하고 질문했다. 한 줄 두줄이었던 기록은 점점 길어지고,질문하고 설명을 하는 사이에 글 쓰는 연습도 함께 되었다. 몸을 스트레칭을 하듯 말하기도 글쓰기도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왜 나는 쓰지 않았을까. 깊이 생각하면 혹여나 힘들어질까 봐 무서웠다.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나를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다. <괜찮다>란 세 글자 안에 모든 것을 담아뒀던 것이다. 그래서 7년간 일기도 멈추고, 블로그도 멈추었다.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은유를 입혀 글을 쓴다.
주제를 정해 울타리를 만들어 글을 쓴다.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은유와 주제의 막을 덧입힌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방어하면서도, 가장 깊은 곳의 이야길 꺼내고 있다. 마음속이 마치 돌아가는 건조기 안의 빨래처럼 빙글빙글, 헝클어진다. 때때로 감정의 눈보라가 치기도 한다.
이제 매일 글을 쓰면, 글 안에 <나>를 제대로 마주하면, 조금 아파도 괜찮지 않을까? 그 마음 하나로 글을 쓴다. 나조차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내 삶의 형태를 글이란 곳에서 가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생정원사라 이름 지었다. 작은 일상의 순간을, 그 감정을, 마음을 사진처럼 담아내고 싶어서 글을 써본다. 삶은 이미 예정된 궤도를 벗어나 버렸지만, 그 안에도 평범한 나라는 사람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비교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고 주어진 내 몫의 역할을 받아들였으니, 이 정도 사치는 해도 되지 않을까?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이곳은 분류되지 않는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주로 저라는 사람, 단상, 스쳐지나가는 생각, 세상속의 작은 일들을 기록해볼게요.
photo by 인생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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