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나의 취미이자,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나는 원래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오면 늘 잠시 침묵했다.
그저 공부하고, 쉬고, 잠드는 하루가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만의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이미 나를 즐기는 방식을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걸 단지 ‘취미’라고 부를 줄 몰랐을 뿐이다.
이제는 안다.
취미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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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보여주는 게 좋다.
보여주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소소한 관심이 내 하루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나의 삶을 콘텐츠로 만든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시험 기간마다 타임랩스를 찍는다.
누군가 언젠가 그 영상을 보고 “너답다”고 말해준다면,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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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하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나는 10시간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같은 반찬을 여섯 번까지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술은 못 마시지만, 그 몽롱한 분위기는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쓰기 위해 일어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나는 나를 알아가고,
그 속에서 ‘취미’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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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취미를 한다.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한다.
말 그대로, 취미가 나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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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삶을 생기 있게 만들어 준다.
사람마다 취미의 기준도, 종류도 다르지만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삶이 건강하다는 증거 아닐까.
확실히 취미가 있으면
덜 무기력하고, 덜 우울하다.
마치 나만의 작은 장난감을 손에 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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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상담실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취미는 세 가지가 있어야 해요.
하나는 정적인 취미,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취미,
하나는 사람과 함께하는 취미.”
아직은 세 가지 모두를 갖추진 못했지만,
언젠가 내 삶 속에 자연스레 생겨날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나의 삶을 내가 살아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