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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용돈 30만 원, 나는 이 돈으로 살아간다

아끼는 데 익숙해진 나,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길.

by IN삶

한 달 용돈 30만 원.
이 돈으로 한 달 동안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면, 가능은 하다.


시험 기간에는 친구들과 밥을 먹기보다는 집에서 가져온 식량으로 배를 채운다. 집을 가지 않으니 교통비도 줄어든다. 그래서 이번 달은 약 20만 원 정도를 썼다. 자기 계발비를 제외하면, 생활비로는 10만 원 남짓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아껴가며 살았는데, 오늘은 하루 만에 6만 원을 썼다.
동기 생일이었다. 교보문고에 들른 김에 평소에 그녀가 좋아하던 향의 룸 스프레이를 선물했다. 3만 원. 그리고 생일 식사 자리에서는 7만 원짜리 식사가 나왔다.
내가 낸 건 3만 원뿐이었지만, 그 한 끼는 내 예산을 훌쩍 넘는 지출이었다.


돈이 아깝다는 건 아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하지만 내게는 너무 큰돈이었다.


매 방학마다 놀러 가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이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저번 제주도 여행에서도 한 달 용돈을 다 써버렸다. 그제야 알았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지만, 다른 시선으로 돈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나는 돈을 쓸 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예산 안에서는 꽤 계획적으로 쓴다.

문제는 그 ‘예산’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한 달 예산 50만 원.
식비, 교통비, 자기 계발비, 간식비, 투자비… 그렇게 나누다 보면 남는 건 없다.
비상금은커녕, 다음 달을 위한 여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종종 묻는다.
나는 타인보다 절약을 잘해서 모으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를 억누르며 버티고 있는 걸까.


지금 내 능력이 이 정도라면, 그것조차 감내해야 하는 걸까.
20대의 100만 원과 30대의 100만 원의 가치는 다르다고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차이를 모르겠다.


다음 학기부터는 학비 지원도 끊긴다.
학비와 기숙사비가 내게 가장 큰 지출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독립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는 한 달 용돈 70만 원으로 여유롭게 살고,
나는 왜 이렇게 돈에 매여야 할까.


연애조차도 상상하기 어렵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내 생활비에 허덕이는 모습이 먼저 그려진다.
감정이 아닌 현실이 연애를 지배할 것 같은 예감.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건 하나다.
이번 학기에도 장학금을 받아서 학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
그리고 내가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


아끼는 데만 집중해서는 돈이 불어나지 않는다.
수입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한 달에 60만 원.
그 정도면 풍족하게 살 수 있다.
내년에 용돈이 끊긴다면, 그 돈을 어디서 만들어야 할까.


지금은 장학금 대부분을 미래를 위한 투자비로 사용 중이라 여유가 없다.
결국 답은 하나다.
내가 직접 벌어야 한다는 것.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괜찮다.
조금은 막막하지만, 나는 또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며 현실을 배운다.


뭐라도 해봐야지.
그게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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