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날들

적당함의 끝에서, 나는 다시 최선을 생각한다

by IN삶

오늘 실습 시험 하나를 마쳤다. 내일 또 하나의 이론 수업이 남아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이다. 그냥 웃음이 나왔고, 거울 속의 내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했다. 뭔가를 끝냈다는 해방감,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은 인정해 주고 싶은 마음이 뒤섞인 그런 하루였다.


실습장을 나서려던 찰나,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00이는 다 잘했는데, 2점만 깎을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무엇을 잘못했을까. 용어를 정확히 외우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떨리는 목


소리 때문이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혹시 왜 감점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소한 질문 하나였지만, 그 대화 덕분에 나는 ‘기말고사를 더 잘 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한마디로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나는 대충 살아가고 있었다.
성적은 꾸준히 오르고 있었고, 수업 시간에도 나쁘지 않게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긴장이 풀려 있었다. 과제는 마감에 맞춰 ‘적당히’ 제출했고, 공부도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끝냈다.


그 ‘적당히’라는 게 참 묘하다.
A+은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노력. 하지만, ‘완벽’은 아닌 수준.
나는 그 애매한 선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래도 잘하고 있잖아.’
하지만 오늘 문득, 그 생각이 무너졌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언제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었을까.”
수능 때도, 토익 때도, 중학교 내신 시험 때도, 늘 여유를 두며 살아왔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해도, 항상 상위권에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나는 ‘만족’을 너무 빨리 해버렸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면 너무 쉽게 지쳐버릴 걸 알기 때문이다.
모든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내면, 다음 걸 잡을 힘이 남지 않는다.
그래서 늘 조금 남겨두었다.
항상 ‘지금보다 나중’을 위해 아껴 두며, 정작 지금을 다 태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오늘 거울 앞에 선 나는, 예쁘게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나를 가꾸는 일엔 성실했지만, 나를 움직이는 일엔 게을렀다.
그 차이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최근 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말을 하며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아직은 어색하고, 서툴다. 하루 종일 조회 수가 ‘0’인 화면을 보고도 그냥 웃는다.
누가 본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


확실히 느낀 건 있다.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조리 있게 말하는 것도, 즉흥적으로 떠드는 것도 서툴다.
게다가 말이 느리다. 생각이 정리되는 속도보다 말이 앞서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기록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 느림을, 이 서툼을 있는 그대로 남겨두기 위해.


시험이 끝나면 대본을 써 볼 생각이다. 조금은 더 구조를 세워서, 차분히 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영상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하지만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유튜브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 ‘기록’.
조회 수나 구독자가 아니라, 나의 하루를 증명하기 위한 일기 같은 공간으로 남길 것이다.


나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건, 나 자신에게 “오늘도 괜찮게 살았다”라고 말하는 일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글은 남는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버텼는지를.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나는 도대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시간은 많지 않은데, 마음은 늘 느리다.
공부도 미루고, 글도 검토하지 않는다.
그러다 시험이 다가오면 벼락치기의 장인이 되어 있다.
이런 내가 가끔은 미워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해된다.
나는 완벽을 향해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함으로 버티는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언젠가 한 번은 전력을 다해보고 싶다.
그게 뭐가 되었든.
한 분야의 전문가라 불릴 정도로 깊이 파고들어 보고 싶다.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지금의 내가, 언젠가 ‘그때는 진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오늘부터는 에너지를 만드는 법을 공부하려 한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에너지가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힘을 만드는 연습.
하루를 끝내고 나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내적 에너지.
그 힘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실습 시험의 2점 감점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작은 아쉬움 하나가, 다시 최선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느려도 괜찮고, 불안해도 괜찮다.
다만, ‘다시’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나의 에너지를, 나의 삶을, 조금씩 빚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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