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진 못해도, 게으르게 살진 말자.
매일매일이 시험의 연속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평가하는 것’과 ‘타인에게 평가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누군가와 비교되어 점수가 매겨진다는 건,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과거의 나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경쟁이라는 사실이 특히 그렇다.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내일도, 모레도 시험이 있다. 한 과목은 이론, 한 과목은 실습이라 조금은 덜 부담스럽지만,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나면 과제의 파도가 밀려올 것이다. 그래서 미리 정리하고, 미리 준비하려 한다. 해야 할 일들을 한곳에 모아 정리해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정된다.
팀플이 많다. 개인 과제는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지만, 팀 과제는 그렇지 않다. 내 일정, 내 기준, 내 완벽주의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결국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내가 맡은 부분만큼은 끝까지 밀고 나가서,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도록 만든다. 그렇게 해야만 마음이 놓인다.
팀을 구성하면 자연스레 조장을 맡게 된다. 내가 나서서 일을 주도해야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발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PPT를 맡았지만, 요즘은 발표를 더 자주 한다. 발표는 언제나 떨리지만, 연습할수록 단단해지는 재능이다.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는 일은, 어쩌면 누군가의 부러움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시험기간의 피로 속에서 이렇게 글을 쓴다.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 최소한 게으르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잘 살진 못하더라도, 한심하게는 살지 말자는 다짐을 되뇐다.
이제 낮잠을 잠깐 자고 밤을 새워야 할 시간이다. 날이 추워지니 문득 수능이 생각난다. 세 번의 수능 끝에 얻은 건, 고득점이 아니라 후회였다. 그때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래서 지금은 다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결국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나는 나를 다잡으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