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제는 그렇게 울고 힘들었었는데,
오늘은 너무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했다.
과제를 제출해서였을까. 마음이 가벼워지고, 안정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약 13시간을 친구와 함께했다.
수업을 8시간 듣고, 40분 넘게 걸어 다이소에 들렀다가 장을 보고, 친구 집에 가서 김치볶음밥을 해 먹었다.
친구와 장을 본 것도, 요리를 해 먹은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행복한 건 또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타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둘 다 잠을 거의 못 잤지만, 마지막에는 학교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헤어졌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득 찼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마치 몇 년을 함께한 사람처럼 편했고, 솔직할 수 있었고, 거짓됨이 없는 하루였다.
어제의 우울과 감정들이 오늘 하루에 다 날아가 버린 듯했다.
어쩌면 어제 그렇게 힘들었기에, 오늘의 행복이 더 달콤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일 마감인 뉴스레터를 준비해야 한다.
벌써 11월이라니,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은 벼락치기로 준비하지만, 다음엔 구독자들에게 내 진심을 전할 수 있도록 더 차근히 준비하고 싶다.
이번 주말에는 모든 과제를 끝내볼 생각이다.
팀플 발표는 거의 맡아서 준비할 게 없지만, 개인 과제 하나가 남았다.
그걸 마무리하고 나면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느낀 여유와 행복이 바로 그런 순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미루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내가 내게 주어진 일을 제때 해낸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땐 불안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여유롭고 단단한 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코 소라빵을 두 개나 샀다.
우울하거나 단 게 생각날 때마다 떠오르는 빵이다.
취업 선물로 투리브님께 받은 기프티콘으로, 케이크 대신 나에게 힘을 주는 초코 소라빵을 사 먹고 있다.
이 글을 본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연말에는 꼭 한 번 감사한 분들께 연락을 해봐야겠다.
우울할 땐 행복했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행복할 땐 우울했던 시간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그래서 나는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나는 멈춰 있는 듯 보여도, 나의 속도대로 잘 가고 있을 테니까.
오늘의 행복을, 끊임없이 기억하길.
나는 이렇게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