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라는 건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오늘 아침 9시에 일을 마치자마자, 단 10분 만에 교수님 연구실로 불려 갔다.
가자마자 면접 같은 건 없었고, 정말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어디 사는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렇게 대충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받았다.
놀랍게도 그 선배는 졸업생이었는데, 나와 동갑이었다.
이상하게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조금 들뜨게 만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여기서 그렇게 서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게 됐다.
나는 아직 아동간호학의 ‘ㅇ’도 모르는 2학년 감자다.
그래서 연구 참여보다 행정 업무부터 맡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정은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연구실의 흐름이 지나가는 자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보고, 익힐 수 있는 자리다.
나는 그 시간을 귓동냥이라도 해가며 차곡차곡 쌓아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년부터 강사 일을 쉬어야 해서 걱정했었는데,
학부연구생으로 용돈벌이 정도는 가능해진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었다.
예전만큼 벌진 못하겠지만,
공부와 일, 성장과 생존이 동시에 가능한 삶이라니.
이걸 행운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 해야 할까.
연구실에서 나오는 길, 교수님은 내 손에 연구실 열쇠를 쥐어주셨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오라"는 뜻이었다.
그 한 마디가, 그 작은 열쇠 하나가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서류는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방에 도착하니 바로 연구참여확약서가 도착해 있었다.
국가연구자 번호까지 발급받고, 내 이름이 등록된 걸 보니
‘아, 진짜 시작되는구나.’
그 감각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문제는…
오늘이 뉴스레터 발행날이었다는 거다.
아직 작성도 다 못 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예 거의 시작을 못 했다.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와버린 하루였다.
게다가… 또 실수했다.
받는 사람 전체를 드래그해서 그대로 붙여 넣어 버린 것.
숨은 참조라도 했으면 덜 민망했을 텐데,
왜 그런 건 꼭 발행 버튼 누르고 나서 생각나는 걸까.
7일에는 진짜 한 명 한 명 정성스럽게 메일 적어 보내야지.
나는 참 멍청하고, 또 정이 많고, 그래서 자꾸 바둥거리면서도 웃고 산다.
내일은 아주 큰 일정이 있다.
그걸 잘 마치고 나면 다시
학교 공부, 토익, 행정 업무, 글쓰기, 영상 제작…
내가 살아가는 여러 갈래의 길들을 다시 이어 붙여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영상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이상하게 예뻐 보여서
그게 기분 탓인지, 성장의 증거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일기장을 세상에 공개하기에는 조금 부끄럽다.
그래서 오늘은 우유 한 잔 마시며
미뤄졌던 글을 쓰다 잠들기로 했다.
어쩌면, 이건 아주 조용하고 작지만 분명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