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닿는 순간들

말 한마디가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by IN삶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렇다.
해결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길은 생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이미 지나가버린 열차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또 다른 열차를 타면 되는 일이다.
다만, 때로는 비용이 들고, 마음을 쓰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래도 결국 잘 건너가는 순간은 온다.


최근 나는 ‘말’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말은 가볍지 않았다.
누구에게, 어떤 톤으로, 어떤 순간에 건네느냐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결이 맞는 친구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친구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오늘 받은 전화는 조금 특별했다.
친구가 남자친구와 싸웠다며 울면서 전화를 해왔다.
아마 내 인생에서 처음 받아본 ‘연애 고민 상담’이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상대 남자애도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그래도 내 친구의 마음이 상한 건 사실이었기에
“네가 힘들면 그게 중요한 거야.”
딱 그 정도밖에 건네지 못했다.


친구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울음을 토해냈다.
그때 문득, 나는 아무 말보다 먼저 이렇게 물었다.
“밥은 먹었어?”


잠시 멈춘 친구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오늘의 점심, 누구와 먹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잠깐 웃기도 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친구의 목소리에 힘이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자책이 이어졌다.
“나 이렇게 금방 괜찮아지는 거면… 내가 너무 단순한 건가?”


아무렴 어때.
마음이 잠시 살아난 순간이면 충분하다.
나는 그저 말했다.
“나는 네가 힘들지 않은 방향으로 선택하면 좋겠어. 그 선택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네 편이야.”


그러고 나서 나는 엄마와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친구가 했던 말, 고민의 결,
그리고 관계의 흐름을 설명하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하는 물고기와 놓치고 싶지 않은 물고기는 달라.”


순간 머리가 멍했다.
말로 들으면 너무 단순한데,
그 차이는 생각보다 깊었다.


나는 과거에 어떤 물고기였을까.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 것일까,
아니면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혹은 반대였을까.
조용히 나를 되짚어보게 되었다.


엄마의 말은 늘 그렇다.
짧고 정확하고, 오래 남는다.


그리고 나는 또 이렇게 하나를 배웠다.
말은 마음의 모양을 드러낸다.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그런 생각이 길게 이어지는 밤이다.
우리는 모두 성장하는 중이고,
그렇다면 이 또한 잘 지나갈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을 토할 곳이 필요했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게 오늘 내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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