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마주한, 진심 같은 순간들
사실 그가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사진 교환을 하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약간의 기대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식당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수상한 사람을 보자 나의 기대가 약간 무너졌다. 며칠간의 카톡으로 그가 재미있고 결이 맞는다는 사실은 깨달았기에, 우선 식사는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식당에 마주 앉았다.
그런데 그 식사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배려가 있었고, 오랜만에 느껴지는 편안한 행복이 있었다. 그의 외모가 이 분위기에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밥만 먹고 가자’ 했던 마음이 조금 더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데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식사 후 우리는 카페로 이동했다. 조금 먼 곳에 있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마저도 즐거웠다. 그러고 난 뒤엔 주변을 산책하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전에는 주위 커플을 보면 상대의 남자를 살폈다. 무의식중에 비교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그 시간의 대화가 너무 즐거워서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사람이 점점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대하는 방식도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차 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고, 빵 쟁반은 자기가 들고, 음료가 나와도 자기가 챙기고, 차가 지나가면 팔로 툭 끌어당기는 대신 손등으로 조심스레 가이드를 주는 사람.
세상에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예쁘다, 귀엽다—그 두 마디의 공백이 5분이 넘지 않는 사람.
너무 빨리 빠져들었다 생각해 매력이 없다고 오해했지만, 그 역시 찰나였다.
진심이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눈을 마주치면 피하는 시선과 소심하게 자랑하는 새 옷, 손질해 왔다는 머리, 그리고 어느새 틀려 있는 엉뜨까지도… 그 모든 디테일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조금만 가공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함께 건강한 몸을 만들고, 함께 좋은 음식을 먹고, 함께 깔끔한 옷을 입으며 시간을 쌓아간다면 충분히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연락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부담된다고 하면 기꺼이 속도를 맞춰줄 사람이라는 게 보였고, 그 속도 안에서 진심도 보였으니까.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조잘거렸다.
엄마 입에서 그렇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매번 부정적으로만 반응하던 엄마였기에 더 놀랍고,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다. 사실 스스로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아직 설렘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기분 좋은 행복감이 오래 남았다.
이 행복을 꾸준히, 묵묵히, 진심으로 보여준다면—나는 기꺼이 마음을 열 것이다.
나에게 다정함과 안정감을 기꺼이 건네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함부로 판단할 수 있을까.
다만 나 역시 그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며 행복해하는 그를 위해, 나는 더 좋은 모습으로 반응하고 칭찬해 주고 싶어졌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변화를 느꼈다.
이 진심은, 결국 나의 시선을 또 다르게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