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아침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정확히는, 오늘 하루를 어디에 쏟아부었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젯밤 늦게 잠든 탓인지, 눈을 뜨자마자 쪽지시험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머리가 흐릿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제대로 된 회독도 못 하고 학교로 향했고, 시험지 앞에서야 잠이 덜 깬 머리를 억지로 굴리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암기를 해가지 못했으니, 생리학과 해부학 지식을 잔뜩 끌어다가 끼워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정답이 2번은 하나도 없었고, 4번은 다섯 개였다. 애매한 문제들이 많아 괜히 찝찝했지만, 다른 친구들도 비슷하게 나왔다고 해서 일단은 마음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하루 종일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어도 속은 울렁거리기만 하고, 눈꺼풀은 무거운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제멋대로 멈춰 서 있었다.
어쩌면 나가서 운동이라도 했다면 조금 나았을까? 그 생각을 하다가도 금세 다시 기력이 빠져 누워버렸다. 오랜만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게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또 이런 시기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 것 같다.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는 날이 찾아오고, 이유 없이 가라앉는 날도 있고. 문제는 여전히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데 있다. 무기력과 멍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이런 날엔, 나조차 나를 다루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도 결국 글부터 쓰기로 했다. 해야 할 일을 해야 다음 날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으니까. 글을 쓰는 동안에도 손끝에는 힘이 없고, 몸에서는 식은땀이 조금씩 삐져나왔다. 무언가 나에게 또 오고 있다는 신호임을 알면서도, 그 감정을 ‘나쁜 것’이라 규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는 그저 버티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버틴다는 말이 때로는 너무 고되고 어둡게 들릴 때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마저도 나를 지탱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방 청소도, 샤워도, 설거지도 하나씩 해내야만 내일의 내가 조금이라도 덜 무거울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해보려고 한다. 움직임이 생각을 깨우고, 행동이 감정을 따라오게 하는 날도 있으니까.
눈은 이미 퉁퉁 부어 있고, 마음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한 문장을 써 내려가면 다시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 조금은 난다. 글을 마치면 점호를 받고, 오늘은 생각을 내려놓고 푹 잠들고 싶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단단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