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날 때

by IN삶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밀려온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관계는 스치듯 지나가고, 어떤 인연은 몇 계절을 함께하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 흔들리기도 한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설명하느라 바빴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며, 이런 속도로 움직인다.”

그걸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동시에 ‘누가 그걸 이해할까’ 하는 회의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태어났고, 다른 기억 속에서 자라났으니, 나를 완벽히 알아달라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감정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엄마는 언제나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엄마는 단 한 번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존재는 단 하나뿐이기에 더 이상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게 된다.

엄마 말고,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희귀한지를.


그런데도 가끔 삶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 뜻밖의 인연을 데려온다.

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도,

그 침묵 속의 의도를 읽어내는 사람.

내가 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오래 묻지 않아도 이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인연은 단 한 번만 찾아와도 인생의 길을 바꿔 놓는다.


나는 요즘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인연은 꽃과 같아서, 피는 시기와 장소를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꽃은 한겨울에 피고, 어떤 꽃은 몇 년을 아무 소식 없이 있다가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망설여선 안 된다.

나를 알아본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치를 알아봐 준다는 것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다.

그 말 속에는 보이지 않는 깊이가 있다.

내가 걸어온 길, 실패의 무게, 숨겨둔 꿈까지도 함께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은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한다.

흩어져 있던 나의 조각들이 한순간에 제자리를 찾는 경험을 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변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 사람의 결을 존중하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사람만의 리듬을 인정해 주고 싶어진다.

그게 사랑이든 우정이든, 혹은 이름 붙이지 못한 인연이든 상관없다.

가치를 알아본다는 것은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둥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을 선택하는 일은, 나를 선택하는 일과 같다.”

어떤 사람을 붙잡느냐에 따라 삶의 색이 달라지고, 마음의 크기가 달라진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용기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다가가는 용기와 같다.


앞으로의 삶에서 또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인연은 언제든 새로운 계절을 피워낼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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