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지나가는 날들 속에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벌써 11월 20일이다.
한 달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흘러가는 건 오랜만이다. 특히 이번 주는 체감 속도가 더 가파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앉아 있었고, 오늘 하루가 어디로 흘러갔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11월에만 내가 해낸 일들을 하나씩 적어보면 더 실감이 난다.
동아리 출사 두 번, 학부 연구생 확정과 참여 확약서 작성, 나이팅게일 선서식, 학술제와 홈커밍데이에서의 행사 진행, 뉴스레터 세 번 발행, 할머니 댁 방문, 울산 내려가 인테리어 확인과 잔금 납부, 집 판매 응대, 퀴즈 두 번, 세 개 팀플의 조장 역할, 친구 집에서 돼지 파티, 소개팅, 매주 본가 오가기, 그리고 유튜브 영상 매일 업로드까지.
이렇게 적고 보니 정신없이 지나간 게 당연하다.
연말이 되면 올해 이룬 일 백 가지를 적어보려고 했는데, 11월 스무 날 동안만 이미 스무 개가 넘어가는 것 같다. 나는 바쁨 속에서 성장하는 타입이고, 숨만 쉬어도 할 일이 늘어나는 시기엔 꼭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온다. 물론 피곤하다. 사람들 연락도 귀찮고, 밥도 대충 때우고 싶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일을 해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한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지치고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밥을 챙겨 먹고, 방을 정리하고, 미뤄진 과제를 해내고, 내 삶을 굴러가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보다도, 스스로에게 건네는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이번 주 뉴스레터의 주제도 ‘사랑’이었다. 가족의 사랑, 이성의 사랑, 스스로의 사랑,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마음. 급하게 쓰느라 허술한 부분도 있었지만, 알림이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는 그렇게 서둘러 보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글을 대충 보낸다는 건 결국 나에게 부끄러운 일이니까.
이제 남은 건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있을 발표와 과제들.
이것만 넘기면 이번 달의 97%는 끝난다.
내가 시험 기간을 좋아하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뭘 해도 재미있고 글도 잘 써지는 시기라 그런 것 같다. 아마 그때쯤엔 다시 글 길이가 길어지고, 퀄리티도 오를 것이다.
이번 주말도 알차다.
보건소도 다녀와야 하고, 과제는 세 개나 남았고, 블로그 친구도 만나야 하고, 독서모임도 있고, 엄마와의 약속도 있고… 소개팅 애프터도 있다.
말 그대로 빡빡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치고 힘들어도 결국 나는 해낸다는 걸.
투정을 부린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불평 대신 내가 해낸 것들을 먼저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부지런했고, 얼마나 잘 버텼고,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나를 혼내기보다, 나를 쓰다듬어주는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과연 나는 올해 어떤 성장을 이뤘을까.
얼마나 달라졌을까.
조금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12월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