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경고장을 받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회의감을 느끼던 2022년 1학년 겨울, 갑자기 엄마가 제안 하나를 합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수능을 준비해 보는 건 어때?"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교수와 싸우고 통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 힘들어하는 모습이 엄마에게는 보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학교 캠퍼스라는 것이 서울에 있긴 하지만 건물 세 개뿐인(대학원 건물과 도서관 건물을 제외하면 두 개뿐인) 학교, 술집은 주변 직장인들이 더 많아 치킨집보다는 해물탕집이 더 많은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호텔경영을 전공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1학년 2학기에는 2학년 수업도 함께 수강해 좋은 성적을 받았었기에, 이게 학교가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졌습니다. 또한 '이거 전공해서 뭐 먹고살지?'라는 생각도 함께 했었죠.
호텔경영을 전공한다고 직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양 시간에 몇 번 접한 나란 사람의 직업관과 맞지 않는다고 여겼고, 카지노 딜러를 하고 싶었지만 참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순간의 치기였죠.
전공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만 공부했어도 수능 성적은 잘 나왔겠다는 근거(가 아주 조금) 있는 자신감이 들더군요. 그렇게 2023년 1월, 또다시 수능을 준비하게 됩니다.
2023년 1월에는 미래를 위해 영어 회화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화상 영어 사이트를 통해, 매주 3번씩 한 달간 화상영어를 시작했습니다. 수능 준비를 하면서 함께 병행했던 거라 시간이 되면 스터디카페에서 나와 산책을 하며 수업을 했습니다. 여러 튜터들을 지나, 한 명의 튜터에게 정착했었는데, 그 튜터는 현재 저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있습니다.
각설하고, 2023년에는 1학년 때 정한 전공으로 수업을 듣게 됩니다. 2학년이 되어서야 저는 드디어 K대학교 관광학부 호텔경영전공이 되었던 것입니다.
수능 준비를 주위 친구들에게 알리고, 3월 한 달 동안은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같이 했었습니다. 수능 준비를 하기로 결심하고는 유튜브를 시작해 매일 제가 하는 생각들과 공부 일지를 조금씩 남겼었습니다.
3월에 학교를 간 이유는, 휴학 기간을 놓쳤기 때문이었고, 그냥 23년에도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그렇게 제 자신을 추측해 봅니다. 혹은 '나는 너희와 레벨이 다른 곳에 갈 거야'라는 멍청한 짓을 한 것 아닐까요.
그렇게 2023년 1학기는 제 인생 처음으로 전 과목에서 F를 받았고, 집으로 학사경고장이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2학기에는 휴학을 했고, 여전히 집에서, 스터디 카페를 전전하며 독학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강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시기였던 것 같군요.
하지만 사람 쉽게 안 바뀐다고들 하죠. 놀았습니다. 유튜브를 촬영해야 해서 공부는 매일 하긴 했지만, 영상 속도 조절을 해 공부시간은 들쭉날쭉 했습니다. 가끔 공부보다는 유튜브가 우선이 된 듯한 기분도 느꼈습니다. 공부는 해도 뚜렷한 결과가 안 보이는데, 유튜브는 매일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 500명도 만들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하반기에는 일이 많더군요. 9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에는 집이 이사를 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집이 비는 시기가 생겨, 가족들은 먼저 짐을 빼고 이사를 했지만, 저는 혼자 옛날집에 남아 바닥에 이불을 펴고, 남은 책상을 사용하며 그곳에서 1달 남짓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수능 직전에 ' 킬러 문항을 모두 없앤다 '라는 식의 발표가 나와 학원의 도움과 같은 제삼자의 도움이 없었기에 어영부영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24학년도 수능을 보게 되었고, 역시나 성적은 비슷한 채로 나와, 원했던 의대는 당연히 못 가고 간호학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재작년에는 건강 문제로 크게 반대했던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괜찮을 것 같다며 허가 승인을 받은 상태였기에, 3장 모두 간호학과를 쓰고, 두 군데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됩니다.
가장 처음 면접을 봤던 지금 학교는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최초합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고, 두 번째 면접을 봤건 학교는 서울에 있지만 아주 간당간당한 성적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곳은 면접 전형 없이 수능 점수로만 인원을 뽑아서, 학교를 가 볼 일은 없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2023년 겨울의 이야기를 고등학교 자퇴생의 입장에서 풀 것입니다. 시험기간 직전 주말이라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짧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