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는데요
그렇게 지옥의 출퇴근길에서 통학을 하며 첫 번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무사히 치렀습니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서 그랬을진 몰라도 주변 동기들은 제가 공부를 잘하는 줄 알더라고요. 저도 그 이유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생겼나 보다 했죠.
기말고사가 끝이 나고 종강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이 주 정도 있다가 성적표가 나왔는데, 그렇게 노력을 한 것 같지도 않았지만 4점대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대학에서 과탑을 먹고 차석으로 졸업을 한 엄마 눈에는, 과탑을 항상 하던 외숙모 눈에는, 제 성적이 그렇게 성에 차는 성적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도 저는 참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1학년 1학기라고 해도, 내가 1살이 더 많다고 해도, 공부를 막 열심히 한 것은 아닌데, 문 닫고 들어왔는데 4점대를 받은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아, 물론 학부제였기 때문에 300명이서 성적을 냈다는 사실도 염두해야겠죠. 그만큼 대형강의가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2학기 등록금을 낼 때, 등록금 고지서에 적혀있는 [성적 B장학금_감면]이라는 글자를 보게 됩니다. 50%나 감면이 되었던 것입니다. 엄마의 교육 방침 상, 장학금으로 번 돈은 모조리 너의 것이다.-라는 말에 따라, 비록 감면이었지만 제 통장에는 대략 200만 원 상당의 돈이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 돈은 재수할 때 매 달 받았던 용돈을 포함해 적금을 잘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지나갈 때 쯔음, 외식 조리학과를 희망하는 동기들과 함께 칵테일파티를 열기로 합니다. 의외로 모일 줄 알았었지만, 술을 마실 때도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 겨우겨우 텐션이 맞는 10명을 긁어모아서, 서울, 숙대 근처 파티룸에서 개강맞이 칵테일파티를 열었습니다.
콘셉트부터 음식, 기획, 장소까지 모두 저와 동기 오빠 둘이서 기획했습니다. 저는 술은 잘 몰랐기에, 전적으로 오빠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준비, 정리까지 모두. 하나의 행사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법을 간접적으로 배우게 된 기회였지요.
아무래도 처음 맛본 양주여서 더 신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새벽, 보드카 4잔을 와인잔에 얼음만 조금 타고 스트레이트로 마신 뒤, 필름이 끊겼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필름이 끊겼던 날이었고, 그날 이후에도 이 일은 술안주로 회자되곤 합니다.
그날의 그 일들로 참 많은 것을, 다양하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 동기들과는 연락하고 지내는 것을 보면, 참 잘 기획했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각설하고, 그렇게 2학기가 시작되고, 2학기에는 미친 듯이 동기들이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성적으로 끊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모두 호텔경영학과를 원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 사이에서 함께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은 비록 못 즐겼지만, 아무래도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2학년 2학기 성적 발표날이 되었습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또 4점대의 성적을 받고, 장학금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연하게도, 희망하던 호텔경영학과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었구요.
그날 이후, 내 수준과 이 학교가 맞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통학도 너무 힘들었고, 학교는 심지어 운동장도 없어 학교 옥상에서 축제를 하는 것을 보고 더 다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수와 몇 번 의견 차이로 인해 다투고 그 괴목만 성적이 바닥(B)인 것을 확인하니, 학교를 뜨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수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강사더라도, 학교 수준에 맞는 강사여야 할 것 아닙니까. 왜 학생들과 교수의 수준이 동일한 것일까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일까요, 교수를 꿈꿨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