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여행 준비
여름 방학즈음부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 여행을 가자.’라는 것. 사실 친구와 단 둘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처음이거니와 작년 미국 친구의 집에 2주 정도 홈스테이 하러 간 것 말고는 어른들 없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준비를 하는 데 많이 모자람이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을 가자고 확정을 낸 것은 나와 내 친구뿐이었고, 나머지 함께 다니던 친구들은 뭐 해서 안된다느니 하는 일들이 많아 쉬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 여름방학에도 역시 해외를 가자고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같이 다니던 친구들의 핑계 아닌 핑계로 인해 몇 번 엎어졌었다. 거기에 열이 받은 나와 내 친구는 겨울 유럽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다.
여자 둘이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부모님들의 걱정이 만만치 않았었고, 우리는 세미패키지여행을 선택했다. 패키지는 너무 우리의 자유가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조금 가격대가 있는 편이기에, 숙소와 도시 간 이동은 회사에서 해 주고, 나머지 일정들은 우리가 자유롭게 짤 수 있는, 적어도 안전이 보장된 여행을 하려고 했다.
선금을 지불하고, 추석 즈음 잔금을 지불했다. 그러고 나니 여행을 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10월부터 22월까지는 학교 일들과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많이 겹쳐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우당탕탕 현생을 살다가 12월 19일, 종강을 한 후에도 밀린 약속들을 처리하고 대외활동을 마무리하고 연말을 보내주느라 여행에 대해 집중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일정은 친구가 정리하고 정했기에, 나는 많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식사는 내가 찾을 수 있는 것이 조금의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나는 유럽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일단 떠나기로 했다.
친구와의 해외여행이 처음인 만큼 많이 설레고 긴장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혼자 미국행을 결정하는 것보다 더 큰 떨림과 긴장이 나를 덮쳤다. 이 친구와 다투면 어쩌지,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다. 충분히 준비(사전 조사)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내가 지불한 돈의 가치만큼 보고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사실 존재한다.
외삼촌 댁이 서울이어서 우리 집보다는 인천공항에 가까워 전날 삼촌 집에서 자기로 했다. 삼촌이 사촌동생들과 함께 고모 집 방문을 빌미로 나를 데리러 왔고, 나는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쑤셔 넣었던 나의 터질듯한 캐리어는 규정 무게보다 10kg 이상을 넘겼고, 나는 많은 것들을 덜기 시작했다. 얇은 치마 두 개를 빼고, 햇반도 4개를 빼고, 통조림과 김치 등을 일부 빼고, 마지막으로 집어넣었던 핫팩을 전부 빼니 무게가 얼추 맞았다. 딱 23.5kg. 그러고 나서 기내용 가방의 무게도 알차게 사용하자 싶어 엄마의 기지로 이미 들고 가려던 가방을 동생이 유럽 여행을 갈 때 썼던 가방 안에 넣어 캐리어에 차마 넣지 못했던 외투와 옷들, 핫팩까지 조금 더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된 가방을 들고, 차로 이동하여 삼촌 집으로 이동했다. 차에 타기 전에 엄마를 한참 끌어안고 있었는데 웬일로 눈물이 울컥 차오르더라. 엄마는 아프지 말고 잘 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나를 보냈고,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나는 아직 차마 예매하지 않았던 박물관과 투어들을 예매를 했다. 로마와 스위스에 가서 사용할 거라 조금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한국에 있을 때 해 두려는 셈이었다.
집에 가서는 마저 예매를 하고 저녁은 치킨을 시켜 먹고, 내일 아침 먹을 식사를 사러 삼촌과 함께 편의점 투어를 했다. 그 후로는 사촌동생들과 삼촌과 함께 처음으로 게임을 했다. 나는 태어나서 컴퓨터 게임은 지뢰게임과 한컴타자연습에 나오는 게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카트라이더를 할 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하고 그 시간을 나눈다는 추억도 소중했고, 1등 하는 것이 목표인 사촌동생도 나름은 귀여웠다. 본인의 가치가 우승에 있는 거였지만, 나는 스스로 해내는 데에 있어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아직 초등학교 3학년에게는 조금 어려운 과정이지 싶었다.
그렇게 동생들을 재우고 나는 내일 여행 준비를 조금 마무리 한 뒤, 이불속에서 2024년을 마무리하는 블로그를 끄적이다 잠에 들었다.
이 서유럽 여행기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일기처럼 써 내려갈지, 블로그에 사진을 덕지덕지 붙여 기록할지, 영상으로 기록할지. 그냥 하나씩 다 해보려고 한다. 일기장처럼 메모장에다 적고 자기 전에 브런치에 조금 수정해서 올리고, 사진을 포함하고 나의 생각들을 약간 곁들여 블로그에 기록하고, 틈틈이 찍은 영상과 사진들을 편집해 영상으로 만드는 게, 이 또한 정말 재미있으리라 생각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가지들을 만드는 건, 귀찮지만 좋은 일일지도-하는 생각을 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지만 작년 여행으로 인해 정말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그 덕에 2024년이 즐거웠고, 행복했으며, 감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행으로 2025년, 그리고 내 인생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기에, 이 여행기의 제목은 ‘희망을 찾아서 ‘로 정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책이나 매체로 접하던 많은 작품들과 건물을 두 눈에 직접 담아 온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사실 자료조사를 많이 했어야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무대뽀정신을 가지고 일단 부딪혀 보려고 한다. 전날 유튜브로 벼락치기 공부해서 가는 한이 있더라도, 보고 싶었던 것들은 다 보고 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혼자가 아닌 둘로 시작했기에, 나라는 사람이 배려라는 것을 배우고 개인적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여행 경비는 순전히 내 돈을 사용하고 여행 격려금으로 삼촌과 아빠에게 각각 100만 원씩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동안 돈을 아끼고 벌어 열심히 살았다는 증명 아닐까. 이번 여행경비는 나의 땀과 눈물이 담긴 돈이기에 더욱더 많은 가치를 뽑아내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많은 기록들을 남길 것이다.
여행 전 후 기록을 합쳐 총 30회차로 기획하였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다는 심정으로 가볍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가능한 많은 정보들을 넣으려고 노력할 거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더 많이 들어갈 것임은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위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로마까지.
짧지만 긴 여정을 나는 함께 떠난다.
여행이기에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하나보단 둘이기에 보다 다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