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다.
2019년 9월 고등학교 자퇴 직전에 쓴 원문입니다.
심신이 많이 혼란스러웠으며, 많이 어려 미성숙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십시오.
*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 생각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오늘, 아니 이번주 내내 고민했었다.
물론 예전부터 이게 나에게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었지만..
이 길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러나 난 정말 아프다.
그리고 학교와 전혀 맞지 않는다.
언젠가 나는 엄마에게 말했었다.(아마 지난여름 되기 조금 전이었을 것 같다) 붕어빵식 교육이 너무 싫다고,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사실 그 일이 지난 지금도 잘 모르겠는 건 여전하다.
친구들과는 전혀 친해질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남들과 다르게 놀러 다닐 여유(물론 돈과 시간들이 포함된다)도 없는 일개 학생일 내가,
감히 친구들과 놀러 다닐 수 있을까.
나는 밖을 좋아한다.
노는 것도 물론 좋아한다.
그러나 친구가 없다.
그들이 노는 곳에는 항상 내가 낄 수 없다.
아마 부모님의 영향이 컸을 거다.
나는 절대 내 자식이 생긴다면 나가 노는 것을 막지 않을 거다.
그러나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부모님을 거역할 수 없고
그만한 재력과 친구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메말라가는
내가 과연 이곳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다들 식사를 마치고 매점에 갈 때 나는 쉽사리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먹고 싶지 않은 것도 맞지만 돈이 없다.
그렇다고 또 따라가서 친구들에게 얻어먹는 게 한두 번이었어야지.
참..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그 가난을 이겨낼 수 없는 건 죄인 것 같다.
내가 자퇴를 결심하면서 목숨을 걸고 수능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여러 곳에서 오는 나의 장학금과 경제적인 지원을 모두 잃었다.
물론 지금 아빠 회사도 많이 어려운 거 안다.
그래서 더더욱 학교에 가기 싫다.
저녁을 먹는 것도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밥에 김치랑 계란만 있으면 잘 먹을 수 있는데.
물론 같이 밥을 먹을 친구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공동체에서 혼자 다니면 극심하게 우울해지지만 혼자 있을 때는 혼자가 되는 방법이 가장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를 떠나면서 잃는 것은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그나마 몇 있었던 친구들, 동아리, 선생님들과 여러 입시 정보, 모의고사 등 정말 많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조금의 시간과 안 아픈 것.
그 정도뿐이다.
이번에 부모님을 설득하면서 주변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에겐 나는 계획만 세우고 지키지도 않는 불성실하고 거짓말을 매일 일삼는 입만 산 학생이었다.
그러나 내일 퇴학원을 제출한 이후에는 나는 학생도 아니게 된다.
그들은 과연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내가 앞으로 수능을 대박을 친다면 그들이 나를 다시 보고 "아 이 아이는 어딜 내놓아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나를 건들지 않고 내 인생에서 한 발짝 물러나 주지 않을까.
나는 항상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전에 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 우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매달 용돈이 들어온다면 그 돈 잘 모아서 나중에 요긴하게 쓸 것이다.
지금 우리 집의 경제 상황이 어렵고 내가 자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들에겐 매우 큰 충격일 것이다.
나는 그들과 나의 마음에 커다란 대못 하나를 박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절대 무를 생각은 없다.
만약 내가 이 길로 성공을 한다면 그 대못은 빠져 흉만 질 것이고 내가 여기서 더 나태해진다면 그 못은 썩어 문드러져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갈 것이다.
나를 자퇴를 시켰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게 죄는 아닌데도 나의 부모는 그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래서 더더욱 나는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
검정고시도 최대한 좋은 점수를 얻어 수시(?)로도 대학을 갈 수 있는 쪽으로 노력해 봐야겠다.
나는 우리 부모의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항상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큰 선택, 그러니까 자신에게 부여되는 것을 포기할 선택이 딱 3번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결혼할 때
하나는 자식이 생길 때
하나는 자신과 정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
나는 세 번째 경우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회사를 중간에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고 하지만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후회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가장 간절하게, 행복하게 살 거다.
그리고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는 이런 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사회도 변하고 나도 어른이다.
난 더 이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애가 아닌 것이다.
나에게 좌우명이 없는 줄 알았지만 있다.
선택은 나의 자유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가는 나의 의무이다.
좌우명?이라고 하기보단 내 마음속 어느 한 구석에 있는 마음이다.
다시 확실히 해 둔다.
나는 절대 여기가 싫어서 뛰쳐나온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공부는 계속하고 싶기에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볼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든 연락은 차단했다.
카톡, 페북, 트위터(이번주 내로 정리가 될 것이다)등 모든 SNS는 탈퇴했기에 계정이 없는 상태이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은 전화, 이메일, 문자뿐이다.
주변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는 난 아주 멀지만 가까운 곳으로 떠난다고 편지도 썼다.
수능 끝나자마자 연락해 볼 계획이다.
수능 전 딱 420일 동안은 나는 죄수다.
공부지옥에 빠진 죄수.
여기서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할 수는 없다.
지옥을 즐겨라.
행복해질 것이다.
아무도 날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넌 너를 믿어라.
우직하게 수행해라.
언젠간 빛 볼 날이 온다.
남이 너에게 하는 기대의 19배만큼 보답하라.
오늘은 나의 두 번째 생일이다.
학교로부터 벗어난 날.
그리고 이후에도 여러 번의 생일이 있겠지.
축하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라.
__아, 너의 선택을 응원한다.
말리지는 않으마.
단지 그 선택에 대한 대가나 보상은
반드시 네가 치러야 한다.
그건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 2019.09.26일 새벽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