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퇴를 결심하게 되었는가.
2024년 현재에는 자퇴라는 행위가 조금 흔하게 보인다지만, 제가 자퇴를 생각했던 2019년에는 조금 생소한, 어쩌면 이상하다고 해도 무방한 그런 행위였습니다.
이전 글에도 적었듯, 나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특이한 애로 치부했습니다.
많이 고통스럽고 심란했던 상황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글에 드러나 있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왜 자퇴를 하였을까요.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는 중학교에서 성적은 상위권을 맴돌며 항상 반 1등을 놓치지 않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졸업 성적은 전교 9등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비평준화였기 때문에 200점 만점에 내신과 봉사, 상장 등의 곳으로 점수를 내어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는 200점 만점에 196점을 가진 아이였으며, 근처 특목고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비율이 달라져 199점도 흔하다고는 하지만, 과거에는 그랬습니다.
저는 전국단위 자율고였던 거창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싶었고, 전기 고등학교였던 그곳에 원서를 접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곳은 성적 백분위를 보는 곳이었으며, 저는 제 바로 앞에서 끊기는 패배감을 맛보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실패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신분세탁을 하기 위해 - 딱히 좋지 못한 중학생활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 옆동네인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합니다.
그 정도 성적은 되기에, 입학은 쉬웠지만, 지옥은 시작이었습니다.
전국단위 자공고였기 때문에 - 적어도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 근처에 있던, 사는 지역이 아예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입학하였습니다.
학교를 잘 다니는 듯하였지만, 3월 말에 큰 사건이 하나 일어납니다.
나름 반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날 이후, 저는 갑자기 무력감에 빠지며 상실감에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또한 첫 번째 중간고사에서, 저는 생전 처음 보는 숫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이 역시 저의 감정과 자존감에 영향을 많이 미친 두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친구는 사라졌고, 다음날 그녀의 책상 위에 놓인 꽃들을 마주하며, 회의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곧 그녀를 잊는, 변기 물 흘리듯 쉽게 보내주어 버린 주변 친구들을 보며 삶에 대한 허망감을 가졌습니다.
고공행진 하며 좋던 성적이, 내세울 것은 성적밖에 없었던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성적이 뚝 떨어지며 사회에서 도태됨을 추측했던 것일까, 우울증까지 번졌습니다.
저는 여기서 참 이상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관심받기 참 좋아하던 아이가, 성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니, 본인이 가진 우울증과 부정적인 것들을 내세워 관심을 받으려 했습니다.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왜 나에게 관심 안 주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것은 결국 얼마 못 간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이어 고등학교 입학 직전 생일 즈음 생겼던 원인 모를 두통이 심해지고, 결국 학교를 못 나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아니, 어쩌면 학교 가기 싫어서 생긴 스트레스가 발현화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선두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제 평판은 점점 더 안 좋아지며, 제 흥미 역시 점점 떨어졌습니다.
저의 미친 행위는 극에 달하였으며, 칼로 손목을 긋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2학기는 점점 상황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진짜 힘들었지만 결국 이 역시 관심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지 못한 1년이 지나갔기에, 방학 때도 저는 즐거울 수 없었습니다.
한창 아름답게 꽃 피울 나이에, 저는 주위 사람들을 눈치를 보느라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나의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한창 그 시기에 같은 반에 자퇴를 한 친구들이 둘이나 있었고, 버티다가 저는 결론을 내립니다.
중학교 때 공부 꽤나 한다는 애들이 모였고, 공학이지만 분반이라는 명목으로 남자반 여자반을 따로 만들어 두었으니, 나는 여자애들과는 잘 못 지내는데, 그래서 그래.
2학년때는 문과는 합반이니까 문과로 가자.
라는 결론을 내리고, 저는 이과였지만 문과를 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아직 수학 가/나형 시절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며,
자신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줄 몰랐던,
대가리 꽃밭이었던 아이였습니다.
2학년이 되어서도 역시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어서 흥미도 없었고,
학교를 자꾸 빼먹어 수업 진도도 다 따라가지 못하는,
선생님조차 포기하려 하는,
어쩌면 겉멋만 든 문제아였을 것입니다.
타인에게 사랑과 관심을 구걸하는,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심지어는 싫어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타인의 입맛대로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칭찬받기 좋아하고, 밉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래서 사람들 눈치를 보고 점점 예민해지는,
저는 몸만 커버린, 한낱 어린아이였을 뿐입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 속에 몰아넣고 싶지 않아, 자퇴를 결심하게 됩니다.
자퇴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이 글을 본다면, 본인의 목적이 대학을 가기 위함이고, 하고 싶은 ‘공부’를 더 빨리 하기 위함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면, 그것이 나의 10대를 던질 만큼 중요하다고 여겨진다면, 하십시오.
또한 저와 같은 삶을 살고 계신 분이 많지는 않겠지만 혹시 있다면, 제발 솔직해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루 한 시간씩 글이라도 써 보십시오.
글을 쓰면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보다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고, 단지 지금은 정체기일 뿐입니다.
어떤 달콤한 것이 주어지려 그리도 고통스러울까요.
조금만 버티세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경험하는 것들을 나는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특별하지만, 사회에서는 ‘이상함’으로 치부됩니다.
당신은 슈퍼히어로가 아닙니다.
당신은 별 볼일 없습니다.
당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
주변 이들은 자꾸 앞으로 나가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겠죠.
조금만 버티세요.
쥐구멍에도 볕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