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가?라고 묻는다면, 내 답은 ‘아니.’ 하지만 나는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능은 어떻게 설명할 거며 ‘될놈될 안될 안’ 현상은 어찌 설명할 텐가. 내 이론은 그렇다. 운명은 있지만, 우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꿀 수 있는 존재라고.
운명적인 만남,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어느 순간 어쩌다 접한 일이 나와 잘 맞아서 내 일이 될 수도 있는 걸 보면,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로, 나는 사주마저 야무지게 이용한다. 내 행동이 바뀐다고 사주가 바뀌지는 않지만, 사주를 보는 사람의 이야기가 다르게 나왔을 때는 내가 정정하고 다른 해석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올해 초 내 사주는 외국에 나간다는 것, 남편 잘 만날 것, 오래 일해서 돈 번다는 이야기였지만, 하반기에 다시 본 사주는 공무직이나 군 쪽으로 빠질 것, 남편이 잘생겼다는 이야기, 62세까지 일하고 후에는 치매 걸릴 이야기를 들었다.
사주에서 남편 얼굴도 볼 수 있다는 게 참 재미나긴 하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부터 내 삶의 루틴을 안정화하고 약을 적게 먹을 필요가 있다. 뭐 잘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참 그 돈 내고 그런 이야기를 할 것 같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보진 않을 것 같다.
나도 돈 잘 벌고, 남편도 돈 잘 번다니 결혼은 한다는 거고, 잘 살고 일도 한다니 내가 뭐 더 궁금할 게 있겠나 싶다.
내가 생각하는 점이나 사주는 과거 이야기를 응당 해야 할 텐데, 4만 원 돈 내고 10분도 안 되어 사주 풀이가 끝나면, 이건 뭐. 그 돈으로 행복하게 먹고 노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 기분. 미래를 그렇게 많이 예언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정보는 정확한 연애 시작 시기, 해외 못 나간다는 말, 남편 얼굴 잘생겼다는 말, 치매 걸릴 거라는 말. 참 이상하지. 그래서 앞으로는 내 시급이 10분에 5만 원이 되기 전에는 사주를 안 보지 싶다.
그렇게 나온 내 운명을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노력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