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써놓은 글을 발행한다)
처음 러닝을 시작한 날은 2023년 1월 25일이다. 운 좋게 근로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서울에서 취업을 한 지 24일 차였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억나는 것은 수요일 출근 전 오전 6시 30분, 그리고 엄청 추웠다는 것이다. 나이키런 기록을 찾아보니 1.75KM / 6분 48초 페이스 / 11:55 가 찍혀있었다. 처참한 기록이다. 그때는 집 앞을 무작정 뛰었다. 준비 운동도 없이 집에서 나오자마자 막 뛰었다. 어디 시장에서 샀나 싶은 메이커 없는 회색 운동화를 신고. 그렇지만 첫날의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많은 핑계를 대며 그 해 총 19번을 뛰었다. 총거리는 46.20KM. 3.8KM만 더 뛰면 오렌지 단계가 되는데 이걸 못했다. 그리고 다시 뛰기 시작한 날은 마지막 러닝이었던 2023년 9월 15일로부터 286일 후인 2024년 6월 26일이다. 그럼 내가 왜 다시 뛰게 되었느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남직원들끼리 풋살을 갔다.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듯 고등학교와 군대 시절 했던 기억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하지만 내 몸은 그때가 아니었다. 워밍업으로 패스할 때부터 숨이 차더니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서 쓰러졌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쓰러졌다. 좀 덥긴 했어도 한 여름도 아니었는데 핑돌더니 일어나지도 못하겠더라. 그날 이후로 내 체력에 심각한 문제점으로 느끼고 업데이트도 안되어있던 나이키런을 켰다.
다시 뛰기 시작한 첫날, 작년에 뛰던 그 코스로 집 앞을 뛰다가 문득 다른 코스로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골목골목을 다니며 뛰다 집 앞에 있던 초등학교가 생각났다. 그 앞으로 가니 사람들이 많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농구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배드민턴을, 나처럼 러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들어가서 뛰었다. 크루는 아니지만 같이 뛰는 경험이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사람들도 있으니 뭔가 힘이 나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그 초등학교는 나의 홈그라운드가 되었다. 러닝을 할 때면 늘 그 초등학교에 가서 뛴다. 이제는 이사를 와서 집과 초등학교는 50m 거리가 되었다.
목표는 10KM였다. 이유는 10KM가 대회가 있어서였다. 5KM 대회가 있는지는 몰랐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때가 여름이라는 거다. 정말 정말 덥고 습했다. 초등학교에 시간과 습도, 온도가 나오는 전광판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났다.
정말 물속에서 뛰는 느낌이었다. 늘 뛰고 나면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힘들었다. (저혈압이라 더 그렇다) 그래서 다 뛰고 나면 수돗가로 가 찬물을 틀고 머리를 박았다. 그러면 절로 '살 거 같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초등학교는 신기하게 산책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늘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신다. 그래서 수돗가에는 발을 씻기 위한 물조리개가 준비되어 있다. 어느 날은 늘 그렇듯 머리를 박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날 보시더니 '아이고 이쁘다~'라고 하셨다. 그런 표현을 오랜만에 들어서인지 기분이 몽글몽글했다. 그 이후에도 가끔 뵈면 인사를 했는데 늘 할아버지는 날 기억 못 하시고 할머니만 '그 이쁜 총각~'이라고 해주셨다. 요즈음에는 날이 추워서인지 시간대가 안 맞아서인지 못 뵌 지 오래되었다.
지금까지 러닝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왔구나 하고 느꼈을 때다. 그날은 해도 뉘엿뉘엿 노을이 보였고 기온도 습도도 적당했다. 그렇게 러닝을 하는데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다. 나도 신기할 만큼. 여름에 했던 혹독한 트레이닝이 도움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