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완주와 러너스하이
(작년 5월에 써놓은 글을 발행한다)
그렇게 뛰기 시작한 지 얼마만일까, 누적 100KM를 돌파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24년 8월 22일이다. 그전까지는 시장에서 샀는가 싶은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그래서 100KM를 채우면 러닝화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산 내 첫 러닝화를 신고 뛴 날을 잊을 수 없다. 발이 너무 편하고 확실히 뛰기가 수월하더라. 이럴 거면 진작 살걸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산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고 안 뛰었으면 죄책감이 느껴졌을 거니깐.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바로 처음으로 10KM를 뛴 날이다. 러닝의 첫 번째 목표는 10KM 대회를 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는 나름 훈련도 했다. 4KM 뛰고 쉬고, 3KM 뛰고 쉬고, 2KM 뛰고 쉬고, 1KM 뛰기. 이렇게 하면 딱 10KM다. 더 뛸 수 있어도 잠깐 멈췄다가 다시 뛰는 걸 반복했다. 그렇게 훈련을 하던 어느 날에 오늘은 10KM를 안 쉬고 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다. 24년 9월 23일, 처음 러닝을 시작한 날로부터 608일이 된 날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눈물이 났다. 벅참에 가까운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기본으로 뛰는 거리도 늘어났다. 3KM에서 5KM로 그리고 10KM로. 나는 빠르게 뛰지 않기 때문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뛰면 5KM나 10KM나 힘든 정도는 비슷하다.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좋으면 더 뛰고 아니면 말 뿐이다. 요즘은 5KM 정도를 뛰었다. 날이 아직 추웠어서. 이제 날이 풀렸으니 가볍게 입고 뛸 수 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서 좀 더 뛰겠지.
나는 오늘 목표에 맞는 거리를 뛸 때까지는 빠르게 뛰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오늘 잘 달렸다고 생각하는 날은 1KM를 뛰는 시간이 계속 같은 날이다. 뛰다 보면 속도를 높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스스로 자중하고 가라앉힌다. 그리고 목표한 거리를 다 뛰고 나면 마음대로 뛴다. 호흡도 마음대로, 주법(아직 잘 모르지만)도 마음대로, 속도도 마음대로 뛴다. 어느 하루는 그렇게 10KM를 채운 후 고삐를 풀고 달렸던 날이 있다. 정말 빠르게 막 뛰었는데 신기하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발바닥과 종아리의 고통도 사라졌다. 처음으로 러너스하이라고 할 수 있는 걸 경험했다. 그렇게 넋을 놓고 막 뛰다 3KM 정도 더 뛰었을 때 운동장 데크에 그대로 엎어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날 이후로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은 없다.
지금까지 뛴 거리는 226KM이다. 조금만 더 뛰면 그린으로 레벨 업한다. 하다 보면 어느 날 되어있겠지.